남북 탁구단일팀, 첫 합동훈련 개시
초면의 서먹함, 훈련으로 화기애애
경기력 나쁘지 않아 金 기대감 고조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16일, 대전 한밭체육관과 충무체육관에서는 17일부터 열전에 돌입하는 2018 신한금융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코리아’를 국호로 출전을 앞둔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기분 좋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시곗바늘이 오전 9시를 가리키던 때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남북 선수들은 합동훈련 초반만해도 오늘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듯 같은 땅, 같은 민족임에도 마치 다른 나라 선수를 보듯 서로를 외면한 채 각자의 몸 풀기에 여념 없었다. 30여 분의 걸친 몸 풀기가 끝나자 나눠진 코트의 장막을 거둬내며 남북 선수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한 자리에 모였다.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코치진의 짤막한 서두에 선수들은 자신들이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함을, 우리가 몸과 마음은 떨어졌으나 결국 한민족이었음을 직감한 듯 긴장이 풀리자 만연에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잠깐의 훈훈함 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한 채 탁구대 위에 섰다. 세부 전술을 코치진이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던 선수들은 이내 상대를 향해 힘찬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단일팀 성사 후 첫 합동훈련인 탓에 선수들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일부의 걱정스런 시선을 날려버리려는 듯 남북 선수 사이 공수(工數)는 쉴틈없이 이어졌다.

한참의 공방 끝에 공이 탁구대를 벗어나자 이번엔 안도할 새도 없이 코치와 선수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디가 부족했는데 어떤 식으로 대처하라’는 사인을 주고 받으며 훈련에 몰입했다. 이미 코트 안 남북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돼 있었다. 두 시간 전 훈련장에 들어설 때의 서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오후 훈련을 기약하며 자리를 뜨던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단일국가 선수단에서 보여지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탁구 금메달 리스트인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얼굴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달라진 연유가 여기 있었다. 박 전무이사는 “최근 평양농구대회에 이어 이번 탁구대회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지만 여자복식에 나서는 서효원(남)-김송이(북)를 비롯해 단일팀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은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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