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류인석 수필가

‘일 못하는 송아지가 멍에부터 나무란다’라는 옛 말이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북풍(北風) 급류(急流)를 타고 ‘묻지마 민심’으로 당선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이르는 말 같다. 시장과 도지사는 당선되기가 바쁘게 관용차부터 바꿨다. 임기 동안 재판만 하다 끝낸 전임 시장과, 부적절한 여성 관계로 말썽난 전임 지사가 남겨놓은 산적한 업무부터 챙겨야 할 두 단체장이 멀쩡한 기존 관용차를 놔두고 차 바꾸기부터 서두르면서 주민들로부터 “혈세 낭비”라는 빈축을 자초했다.

허태정 시장의 경우 “일하는 시장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전임 시장이 타던 2대의 고급 승용차 대신 수천만 원의 추가예산을 들여 ‘카니발’ 렌트차로 교체했다. 차종을 바꾼 이유가 옹색하다. 150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의 사고(思考)이기에는 졸렬하다. 굳이 시민들에게 ‘실무형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생각이었다면 ‘카니발’보다는 소형 전기차나 ‘자전거’가 어땠을까?

생각 자체가 교활하고 유치하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얕잡아본 것이다. ‘에쿠스’, ‘체어맨’ 등 2대의 승용차를 버리고 카니발로 차종을 바꿔 시장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다면, 그 자체가 얄팍하고 위선적이다. 허 시장의 사고와 인격을 표출시키며 역효과를 자초한 것이다. ‘방구 뀌어 강아지 속이려 한다’라는 속담을 연상케 했다. 후보 시절 허 시장은 시민들에게 수많은 공약을 했다. 쏟아낸 공약들을 열심히 실천만하면 자연스럽게 ‘일 하는 시장의 이미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장이 시민들에게 이미지를 조작, 연출하려는 발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교활한 위선이다.

기존 에쿠스나 체어맨 등 2대의 고급 승용차도 구입한 지 각각 4년밖에 안 돼 새 차나 다름없다는 게 시청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멀쩡한 기존 관용차를 놔두고 시민 혈세를 퍼부어 차종을 카니발로 바꾼다고 해서 새 시장의 이미지를 ‘실무형’이라고 평가해줄 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존 관용차 2대만으로도 시장의 업무는 충분하다. ‘이미지 개선용’ 자동차가 별도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기존의 2대 차량은 대전시가 의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고급차량”이고, 임대하는 ‘카니발’ 새 차는 “실무형 시장으로서 시민이 시정에 참여토록 협치를 강화하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차”라고 했다.

충남도 역시 마찬가지다. 양승조 지사가 취임 즉시 시가 1억 원이 넘는 ‘제네시스 EQ900’으로 관용차를 새로 구입했다. 전임 안희정 지사가 타던 ‘카니발’은 2017년 9월 구입한 것으로 채 1년도 안 됐다. 양 지사 측은 “직접 요구 하지 않았지만 ‘지사직 인수위원회’ 측 권유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양 지사 측의 행태는 충남도 공용차량관리규칙을 어긴 것이다. 관용차 내구연한은 최단 7년, 주행거리는 최단 12만㎞이다. 양 지사 스스로 충남도 공용차량 관리규칙을 무시하고 관용차를 바꾼 것이다. 양 지사는 사실상 도민들과 낯설다. 고향도 천안이고, 국회의원으로서 국정 경험도 많지만 도정 경험의 지명도는 거의 없다. 난데없이 불어댄 북풍 급류 때문에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도지사다.

남북정상회담이 몰고 온 막연한 기대심리가 곧 통일이라도 이뤄질 것 같은 군중심리로 변해 투표심리로 연계되면서 충남도민 다수가 집권당으로 쏠리는 ‘묻지마 표심’이 됐다. 또 안 전 지사의 부적절한 성추문으로 실추된 명예회복을 기대하는 도민들의 심리가 양 지사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이다. 관용차는 도정 업무 파악이나 끝난 후에 구입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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