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 복지모델로 자리 잡아 타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사랑의 쌀독’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니 안타깝다. 사랑의 쌀독 사업은 지난 2005년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처음 시작됐다. 주위시선 때문에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실효적 도움을 안기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었다.

동 주민센터 한 쪽에 쌀독을 설치해 주민 누구나 채워 넣을 수 있게 하고 필요한 주민 누구라도 가져갈 수 있게 한 방식으로 잘 운영됐다. 의외로 반응은 좋았고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모델로 자리를 잡아 타 지역에서 이 제도를 모방해가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사랑의 쌀독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 경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무관심 속에 제도를 운영하는 마을이 점차 적어지고 있고, 채워지는 쌀의 양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 좋은 제도가 활성화되고 정착하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시 이 제도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시장이 물러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사업을 주도했던 부서도 위축됐을 것이고, 사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났을 것이다. 그러면서 차츰 설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이 사업이 위축돼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주민들의 호응 속에 자리 잡은 성공한 사업조차 단체장이 바뀌면 계승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새로운 신규 사업 발굴에만 몰두할 뿐 좋은 제도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전국으로 확대시켜 대전형 복지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케이스였다. 그런데 전국화 시키기도 전에 대전에서 움츠러들고 말았으니 아쉬움이 그만큼 큰 것이다. 발상지였던 부사동에서조차 사업 규모와 참여 인원이 대폭 줄어들었다니 더욱 아쉽다.

복지시스템은 국가나 지자체 주도의 대형 사업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값진 의미는 민간주도로 사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민족 전통이 그 정신에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심이다. 관심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 사업이 시들해진 것이다.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대전형 복지모델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관심만 가지면 충분히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사업이다.

관 주도로 보다 효율적인 구휼정책을 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관심과 참여이다. 이웃을 돕는 일은 관 주도가 아닌 이웃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사랑의 쌀독이 주목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주도형 복지모델인 사랑의 쌀독은 이런 이유에서라도 반드시 되살려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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