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부터 유발 하라리까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들 쫓아
인류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 돌아볼 기회 제공

 

흔히 대학교에서 역사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 열이면 열, 꼭 한 번쯤은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를 만나게 된다. 굳이 역사를 배우진 않았어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대표되는 그의 연구 결론은 뇌리 속에서 쉬 지울 수 없는 명제다. 요즘은 단순히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만 보진 않는다. 사회가, 시대가, 우리네 생각이 그만큼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인데 역사도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단순히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역사 속 진리가 이젠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수단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서다. 역사의 서술 흐름이 과거 부족 단위에서, 민족, 국가로 발전해 오늘날엔 인류의 영역 전체로 그 폭이 방대해진 점에서도 그렇다. 한 때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유시민 작가가 역사가 걸어온 역사를 돌아본 건 그 속에서 역사가와 역사학자가 마주한 ‘그래서 우린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을 거다.

유 작가가 신간 ‘역사의 역사’(도서출판 돌베개)를 펴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시작으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사마천의 ‘사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모두 18권의 역사서 속에서 역사가, 역사학자들이 “역사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현생 인류가 여전히 풀지 못한 ‘인류 공영의 방법’이라는 숙제의 힌트를 찾아 나간다. 심오한 책의 제목은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독자들에게 페이지 한 장을 넘기는 것을 부담스럽게 할 수도 있으나 용기를 내 읽기 시작하면 그간 자신이 역사의 발전 과정을 얼마나 심대하고, 현실의 나에게 불필요한 존재였는지 고민했던 것을 새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미 역사에 흥미를 갖고 있는 독자에게도, 그렇지 않은 이에게도 이 책은 ‘결국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게끔 만들어서다. 고민만 있는 건 아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는 격려도 담겨있다. 유 작가는 “역사의 역사는 역사서와 그 책을 집필한 역사가들, 그리고 그들이 살던 시대와 서술한 역사적 사건의 이야기”라며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도움 될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유 작가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난 2013년 이후 정계에서 은퇴,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후불제 민주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이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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