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이제까지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를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왜 우리 조상들은 그런 말을 일상에서 남겼을까? 일하라고 일을 시키니 일마다 엇나가게 하여 엉뚱한 짓을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뿔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쇠뿔, 사슴뿔, 염소뿔 등 무수히 많은 뿔 달린 짐승들은 그 뿔이 머리에 난다. 어떤 것은 얼굴 한 가운데 하나나 둘이 나는 수도 있지만, 대개의 뿔은 머리에 두 개가 난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커서 성숙의 단계로 들어가면 슬슬 뿔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린 짐승은 어른이 되고 성숙되어 가는 것을 뜻한다. 그 때 힘도 세어지고 일도 열심히 하고 또 자기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물론 그 뿔을 가지고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동료나 식구들을 지키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뿔이란 것은 성숙과 보호를 뜻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일을 하는 그 동물들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며, 영예로운 일이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뿔이란 혹시 닭에 비유하면 벼슬이 되고, 날짐승에 비유하면 날개가 될까?

마크 샤갈(Marc Chagall)은 성경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의 그림에서는 종종 사람의 머리에 뿔이 난 것을 볼 수가 있다. 특히 모세가 시내 산에서 신의 음성을 듣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신의 말씀이 담긴 계명판을 들고 나타나는 그의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달려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인도하여 홍해를 건너 약속된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자기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모든 일을 이양하는 장면에서도 모세의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나 있다. 모세가 아론과 함께 신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달려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앞에 슬픈 모습으로 설 때 또 그의 머리에는 뿔이 나 있다. 쫓아오는 이집트의 군대 앞에서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앞에 가로놓인 홍해의 물을 갈라 뭍을 지나는 것처럼 깔끔하게 위기를 극복하게 할 때도 모세의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난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이 때 샤갈은 모세의 머리에 난 뿔을 ‘신과 같은’ 또는 ‘신성과 같은’ 것으로 상징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구약성경을 기록한 히브리어는 모음이 없다. 신을 뜻하는 말에 모음을 어디에 붙여 읽는가에 따라서 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뿔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것에 착안하여 샤갈은 모세가 신과 같이 되었다거나 신성을 간직하고 그이 권위를 대신하고 있다고 할 때 뿔을 그려 넣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뿔은 왕관이요, 권위요, 영예요, 영원한 진리로 파악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런 뿔이 엉덩이에 난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

이 말에 비유한다면 대통령이 된다거나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나 시장이나 장관 또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따위나 다른 어떤 권위 있는 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뿔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물론 그런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은 일단 좀 영광스러운 것임이 분명하다. 그 때 그 뿔을 잘 사용하여야 한다. 뿔은 한 번 빠지거나 부러지면 다시 나지 않고 회복되지가 않는다. 잘못된 뿔, 잘못 사용된 뿔은 더 이상 영광스럽고 진리를 반영하는 거룩한 권위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빠진 뿔이요 부러진 뿔이다. 그 뿔로는 더 이상 어떤 권위를 나타낼 수가 없다. 그런 권위를 상실할 때 사람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요사이 엉덩이에 뿔난 것들이 참 많은 것이 드러난다. 이 뿔은 소나 사슴이나 염소에 난 것처럼 볼 수 없는 뿔이다. 상징의 뿔이기 때문이다. 민중을 위하여 시민을 위하여 쓰라는 뿔을 제 집안 챙기고 제 알속 챙기는 데 사용하는 못된 뿔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놈은 도지사가 되면서 세금으로 지은 관사를 버리고 다른 집에서 살고자 하고, 타고 다녀야 할 새 차가 있는데도 엉뚱한 다른 차로 바꾼다. 또 어떤 국회의원이란 놈들은 국회 특활비라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쓰고, 앞으로 활동을 잘 해보자는 의미로 ‘격려금’이란 명목으로 돈 봉투를 찔러준단다. 어떤 것들은 피감기관의 돈과 대접으로 피감기관이 일을 잘하는가를 살피러 멀리 국외까지 여행하면서 좋은 지역을 관광한단다. 그것이 밝혀지니 국회는 어떤 것들이 그짓을 했는지 이름을 밝히지 않겠단다. 그러면 그런 혜택을 받은 자가 스스로 밝혀야지. 앞으로는 그런 것이 일어나지 않게, 해외로 나갈 때는 자문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겠단다. 그런데 그 자문위원들이 국회의원 5명에,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2명으로 구성하려고 한단다. 시민을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그러면 되나? 그게 국회라는 못된 뿔이다. 그러한 것들은 다 자기들이 만든 법에 저촉되는 뇌물죄라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 아닌가? 엉덩이에 뿔난 못된 것들이지. 그 뿔이 빠질 때는 그도 죽게 되지.

이제 진지하게, 아주 절실히 물어야 한다. 내가 가진 뿔이 엉덩이에 났는가? 머리에 달아준 그 뿔을 무엇을 위하여 써야 하는가? 돈에게 물으면 돈으로 대답할 것이고, 권력에 물으면 권력으로 대답할 것이며, 정신에게 물으면 정신으로 대답할 것이다. 묻는 그 자신 속에 이미 대답이 들어 있다. 그러니 뿔 달린 사람들은 아주 겸손하게 진리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해야 이 뿔을 잘 사용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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