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편으로 편지와 선물을 보내고 답례를 주고 하는 것은 우리네의 몇 십 전의 상과 별 다를 바가 없어서 그리 놀랍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여기서의 비교 관점은 당시는 교통이 전연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런 선물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참 많은 땀을 흘렸을 것 같다. 당시에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길 때의 걸리는 시간을 보면 짐작을 할 수 있겠는데, 15세기에는 뤼벡에서 브뤼게(Bruegge)까지는 2일이 걸렸고, 14세기 후반 함부르크에서 아비뇽까지는 때론 걸어서, 때론 말을 타고 갔는데 평균적으로 26일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에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로마까지 가는 데 하루 28㎞를 걷고선, 두 달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긴 여정이다(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전 6시 기차로 출발하여 저녁 6시경에서야 베네치아에 도착! 베네치아까지 12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당시 중세 때 걸리던 시간과 참 비교가 된다. 아마도 루터의 당시 두 달은 오늘날의 12시간과 맞먹지 않을까? 하지만 기차보다 더 빠른 비행기를 생각하면 비교조차도 안 되는 듯하다.)

특별한 한 이야기는 ‘투룬 운트 탁시스’家의 얘기다. 이들 가문은 1492년 막시밀리안 왕과 독점 우편배달 계약을 맺고 왕가의 모든 소식들을 유럽 전역에 전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 이후 1512년부터는 귀족층으로 발돋움 한다. 아마도 그 전에는 귀족층이 아니었나보다.

아무튼 이들은 오늘날처럼 우체국이 있고 우체부가 존재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고 왕가에서 바깥으로 보내야만 하는 전달 내용들을 독점으로 전담했다는 거다. 1500년경 이들의 기록을 보면 당시는 브뤼셀에서 인스부르크 5.5일, 겨울엔 6,5일이 걸렸고, 브뤼셀에서 파리까지는 44시간, 겨울엔 54시간, 브뤼셀에서 리옹까지는 4일, 겨울엔 5일, 브뤼셀에서 스페인 그라나다 까지는 15일, 겨울엔 18일, 브뤼셀에서 스페인 톨레도까지는 12일, 겨울엔 14일! 맨 위와는 걸리는 시간차이가 좀 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냥 하인들이 전달자로 나서는 것보다는 ‘투룬 운트 탁시스’家는 전문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이고 교통수단도 당시 최고의 말과 마차를 이용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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