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슈 콘서트 ‘설위설경’을 보고 : 최순영 아주대 교수

충남문화재단은 지난 2일 태안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충남 전통예술 브랜드 공연 ‘2018 그랬슈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의 백미는 제1부 ‘행복을 전해주는 소리 花’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24호 태안 설위설경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제1막 ‘空’은 정해남 법사의 낭낭한 설경과 반투명한 커튼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연주자들의 국악연주로 문을 열었다. 묘한 신비감과 장엄미가 느껴지는 장면을 마치 관람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분위기였다.

이어 불꽃을 들고 등장하는 베트남 여성 무용수와 함께 커튼은 젖히고 제2막 무악(舞樂)이 시작되었다. 제2막은 9명의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群舞), 몽골의 전통음악 마두금과 흐미, 그리고 몽골 남성 무용수의 힘차고 날렵한 춤으로 역동적 리듬감 있는 무대가 연출됐다. 몽골 무용수가 관객과 호흡하면서 연주하는 휜 북은 한국 샤머니즘과 몽골 샤머니즘이 한 뿌리임을 암시하는 듯하였다. 제 3막에서 정해남 법사는 신장대를 들고 하얀 종이 조각을 9명 여성무용수들에게 차례차례로 나누어 주면서 합장을 하였다. 마치 우리 전통 예술 태안 설위설경의 정신을 잘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뭉클해 졌다.

그랬슈 예술단이 보여준 공연작품 ‘행복을 전해주는 소리 花’는 법고창신의 정신에 입각해 태안 설위설경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전통을 재연하는 것, 전통과 무관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는 태안 설위설경을 모티브로 ‘행복을 전해주는 소리 花’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생각과 연구, 토론과 연습이 빚어낸 결과다. 전통과 현재와의 소통, 한국과 몽골, 베트남 예술의 조화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각본, 작곡, 안무, 협연, 조명, 배경화면 연출을 포함한 설치예술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작품이 탄생하였다. 산고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랬슈 콘서트 예술단과 제작진의 노고에 위로와 찬사를 보낸다. 팔십의 노구를 마다하지 않고 우리 전통 예술의 보전과 발전을 위하여 젊은 세대와 같이 호흡하며 애쓰신 정해남 법사님께 감사를 또한 표하고 싶다. 태안 설위설경 보유자이신 정 법사님이 무대에 함께 하셨기에 작품의 시작과 마무리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에 맞게, 지역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접목하여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또한 지역 문화자원을 작품화하여 충남문화의 우수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우수 공연 사례이었다. 이러한 정성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충남문화재단은 물론이고 충남도를 비롯해 학계, 예술계 모두의 몫이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문화예술은 더욱 그렇다.

<최순영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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