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YMCA로부터 사회적 농업과 벧엘의집 도시농부학교에 대해서 발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연준비를 위해 사회적 농업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동안 나름대로 꿈을 갖고 6년 동안 끈질기게 이어온 도시농부학교가 사회적 농업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도시농부학교를 사회적 농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사회적농업(Social Farming)이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농업’ 또는 ‘농장에서 자연을 매개로 제공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취약계측에게 필요한 치유, 사회적 재활, 교육, 고용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농업은 ‘농장에서 하는 활동이란 것과 건강, 재활, 사회통합, 교육, 고용과 같은 공통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①공공의 건강, ②교육과 훈련, ③사회통합과 포용, ④지역개발의 이익 창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농업은 2세기 초반부터 교회에서 환자들의 고통완화를 위한 돌봄사업에서 부터 시작되어 중세시대에는 치료마을이 농업지역에서 만들어져서 운영되다가 1800년대 이후 근대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농업이란 표현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탈리아가 지난 2015년 8월에 최초로 사회적 농업을 국가의 법으로 승인했으며, 벨기에는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돌봄농가의 등록제와 공공지원 체계를 도입하였고, 2017년부터는 장애인들의 개인 예산형태로 공공보조가 지급됨에 따라 장애인 스스로 특화된 복지시설이나 사회적 농업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영국은 2003년에 설립된 독립적인 자선기관을 초석으로 농가와 관련기관 사이에 연결망을 구축하여 녹색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사회적농업은 1970년대부터 전문적인 농가가 나타날 정도로 발전했으며, 농가는 공인된 복지기관의 하부 계약자로서 지원되거나 서비스 사용자의 개인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회적 농업이란 용어보다는 관광농업, 치유농업 등의 개념들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로 6년차를 맞은 벧엘의집 도시농부학교가 아직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도시농부학교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농촌공동체를 이뤄보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의 우리 농촌은 무한경쟁 사회, 승자독식 사회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이 아닌 서로 돕고 나누는 공동체였다. 마을단위 자급자족 형태였으며, 품앗이, 두레 등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였다. 독불장군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가 있던 마을단위 공동체였다. 이런 농촌공동체가 노숙인들에게는 홀로서기는 어렵지만 함께 연대하면 설 수 있기에 자활로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벧엘의집이 꿈꾸는 농촌공동체는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모형을 찾는 여정이다. 개개인의 사적 소유가 없기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협동조합을 이룰 수 있다.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공동으로 소유해야 하고, 공동으로 생산해야만 한다. 당연히 소득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일부는 농부가 되어 농산물을 생산하고, 일부는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하고, 일부는 그 가공된 농산물을 유통하고, 또 일부는 체험마을과 같은 소통구조를 만들고 운영한다면 생산과 삶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농촌공동체를 노숙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노숙인들이 주저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농장 등을 통해 사회와 노숙인들이 서로 삶을 나누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흘려보내는 자연스런 나눔을 실천한다면 소통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벧엘농장이 단순히 문화적인 체험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할 수만 있다면 노숙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적 농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벧엘의집 도시농부학교가 아직은 사회적 농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농부학교가 지향하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뿌리 내리기만 한다면 분명 노숙인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농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벧엘의집 도시농부학교가 사회적 농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샬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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