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3편

짜지끼 소스

일단 소스라 하지 않고 음식이라 하겠다. 우리로 치면 국민 쌈장이라고 볼 수 있는 짜지끼 소스는 요쿠르트 베이스에 오이, 레몬, 올리브오일, 마늘, 파슬리 등을 다져서 넣은 소스다. 꾸덕한 그리스식 요거트에 갖은 야채를 다져넣고 살짝 발효시킨 짜지끼 소스는 환상적이다. 과일도 아니고 야채를 섞어 넣은 요거트를 비위 상하다고 여길만하지만 짜지끼 소스는 그리스 자체다. 어디에도 어울리는 국민소스는 그리스의 맛으로 자리잡았다. 기로스를 돌돌 말 때에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샌드위치에 넣어도 좋다. 무엇보다도 튀김요리를 찍어먹으면 느끼함은 온데간데없고 입안엔 상큼함이 남는다. 저걸 어떻게 퍼서 한국에 가지고 갈 것인가 고민을 했던, 나의 그리운 음식이다. 한국에 그리스요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리스 요리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짜지끼 소스의 맛이니 그 요릿집에 들리면 짜지끼를 시켜보시길 바란다. 마트마다 전 세계의 양념들이 넘치는 요즘 후발주자 짜지끼 소스가 양념계를 평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의견은 객관성은 없다.

깔라마리

오징어 튀김이라고 말하기엔 미안하다. 떡볶이 집의 맛 나는 길쭉이 튀김이 부족한건 아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오징어라기보다 한치만한 오징어를 링으로 썰어서 튀겨내는데 그 바삭함 속의 촉촉함은 표현할 길이 없다. 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육고기 마냥 즐길 수 있다.

가벼운 튀김옷의 비밀을 찾아 참 많은 질문을 했다. 보통 우리네 오징어튀김은 오징어 두께만한 튀김 커버(?)에 들어있다 보니 튀김옷 맛이 튀김 맛이었다. 칼라마리를 만들려면 신선한 작은 오징어를 썰어서 마늘과 올리브기름에 재워둔다. 그 다음으로 밀가루에 옥수수가루, 빵가루, 소금, 후추를 섞어서 오징어를 굴린다. 물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고 드라이한 튀김옷을 입히는 게 얇은 튀김의 비밀이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튀겨서 꺼내면 그 바삭함이 과자 같고 그 속내는 쫀득하다. 이렇게 튀겨낸 깔라마리는 짜지끼 소스에 깊숙이 찍어서 먹어야 한다. 그 바삭하고 아삭함, 쫄깃쫄깃, 촉촉, 상큼, 새콤한 맛은 눈물 없이는 설명이 불가했다. 간혹 그리스요리를 소개하면서 마요네즈와 레몬즙을 섞은 타르타르소스를 찍어먹는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깔라마리의 궁합은 바로 짜지끼 소스였다. 침이 고여 꿀꺽 삼키는 칼라마리는 그리스의 프렌치프라이처럼 매 식사 때마다 상위에 올라왔다. 이유는 내가 매번 시켰기 때문이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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