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테크노밸리 1호 기업
실험실 안전 책임지는 국내 1위 기업
수평적 조직문화, 모두가 '프로'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 파문 이후 직장 내 갑질문제가 곳곳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곳이라 해도 모름지기 회사가 일궈낸 성장은 직원들의 피와 땀이 기반일 터. 직원들을 단순히 공장 톱니바퀴처럼 소모품으로 여긴다면 그 회사의 앞날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 1936년 찰리채플린의 고전영화 ‘모던 타임즈’에서도 이동식 조립 공정(어셈블리 라인)에서 기계적으로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인간다움이 사라진 자본주의를 경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으로 보듬고 격려하는 눈여겨 볼만한 기업이 있다. 직원경영을 기치로 설립 20여년만에 국내 1위로 우뚝 선데 이어 세계 1위를 목표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씨애치씨랩 차형철(63) 대표이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일확천금은 없었다...정직과 노력으로 일군 회사

충남기계공고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차 대표는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제과 영업직, 부동산 등 다양한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일확천금을 꿈꿨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던 중 차 대표는 땀만 흘려서 10년만 죽어라 일해보자고 결심한다. 그의 결심을 눈여긴 지인의 소개로 매물로 나온 회사를 30대 중반인 지난 1991년에 인수하게 된다. 차 대표의 추진력을 담보로 빌린 1000만 원은 덤이라고 하기엔 묵직했다. 3년새 주인이 세 번 바뀐 회사의 공장 설비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거미줄이 무성했다. 차 대표는 다시 기름칠하면서 하루 3~4시간 쪽잠만 자면서 일으켜 세웠다. 직원 10여 명과 가족처럼 지내며 불씨를 다시 지핀 회사는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993년 당시 상서동에 부지 200평을 매입해 공장을 지었다. 차 대표의 정직한 땀으로 성장한 회사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던 IMF도 빗겨 갔다.

“IMF 당시 쓰러지는 중소기업들을 보면 이것 저것 건드려보는 회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뭐 하나 제대로 만드는 회사가 되자고.”

차 대표는 과학기자재를 만들면서 얻은 노하우로 실험대와 흄 후드(Fume hood) 전문 기업을 구상한다. 업계에서 낙후된 품목이란 점과 부피를 꽤나 차지하기 때문에 땅값과 건물임대료가 비싼 서울소재 기업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또한 연구설비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대덕특구가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그렇게 1996년 지금의 CHCLab이 본격 태동하게 된다.

#. 실험실 안전, 우리가 책임진다

“안전(SAFETY)은 만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습니다 어떻게 안전을 제공할까? 어떻게 하면 확실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씨애치씨랩의 시작이었습니다.”

실험대와 흄후드로 본격 시작을 알린 회사는 1998년부터 연구실 실험대를 만들기 시작, 적자 없이 승승장구하면서 2003년 대덕테크노벨리 1호 기업으로 입주한다. 2004년부터는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당시 차 대표는 국내 1위에 만족하기보다는 바이오 시장에 대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노력하기로 한다. 실험장비의 ‘안전’에도 주목했다. 표준화된 국제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는 데 주안점을 둔 거다. 2005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4년간 2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국산화에 성공한 생물안전작업대(Biological Safety Cabinet)는 KS인증은 물론 국내 최초로 미국 국가규격(ANSI)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인증, 유럽연합 안전인증(EN12469)을 획득하며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당시 100%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이었기에 그 가치는 더욱 높았다는 게 차 대표의 설명이다. 주로 수입상품에 의존했고 안전관련 법규나 연구원들의 안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낙후돼 있던 점을 잘 파고든 것이다. 인체에 위험한 위해물질을 취급하는 실험실 환경에서 취급물질과 연구원의 안전, 환경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연 매출 300억 원의 기적은 이렇게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과학기술 기자재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 같은 회사의 성장은 차 대표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차 대표는 지금도 어딜가든 습관적으로 테이블 밑을 살펴본다. 어떤 소재가 쓰였는지, 어떻게 조립이 됐는지, 특이한 점은 없는지를 눈여겨 보는 것이다. 이런 습관을 통해 국내 최초로 실험대를 넉다운(Knock-Down·부품으로 생산해서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 방식으로 개발하게 된다. 지금의 CHCLab을 있게 한 모델이다.

#. 인재를 뽑기보다 인재를 키우는 곳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하죠. 열심히 나만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그 열매를 같이 나눠 먹자고.”

차 대표는 인재를 채용할 때 3가지를 본다. 그의 이니셜을 딴 CHC 정신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도전정신(Challenge), 정직(Honesty), 소통과 협업(communication & collaboration)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직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지금까지 많은 직원들을 거치면서 차 대표가 얻은 경험이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 좋은 학력에 대기업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도 회사 발전과 개인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다른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차 대표의 회사에도 인재가 문을 두드리기는 하늘의 별따기. 차 대표는 생각을 달리했다. 인재를 뽑기보다 직접 양성하기로 말이다.

이런 차 대표의 철학은 회사의 복지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직원 두 자녀까지 초·중·고·대학교의 학자금을 전액 지급한다. 또 본인 학자금 및 도서 구매까지 도와준다. 특히 직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주기 위해 원어민 강사를 채용, 영어회화반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차 대표의 고집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배움에 대한 지원에는 아낌이 없다. 또한 사내 수평적 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턴 직급별 호칭을 없앴다. 부장·차장 대신 모두가 ‘프로’다. 직원 간 수직적 관계를 깨뜨리고 수평적 관계에서 일하자는 취지이자 모두가 프로(professional)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프로답게 일하라는 겁니다. 아마추어는 돈을 내지만 프로는 돈을 받고 한다는 차이가 있죠.”

차 대표의 열정은 이제 한국을 벗어나 해외를 주목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들려오는 공장 내 북적거림이 오는 2025년까지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담금질하는 리듬처럼 들렸다.

글=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씨애치씨랩(www.chclab.com)은.
1996년 설립 이래 실험대 및 후드, 바이오 장비를 제조하는 전문기업으로 Layout 설계, 생산, 시공 및 밸리데이션(Validation)의 토탈 컨설팅을 통해 정부투자 출연기관, 교육, 제약, 의료, 화학, 화장품, 생명공학 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소의 실험실 안전확보를 위한 Lab Furniture System 및 바이오 장비를 공급 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실험실 안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녹색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전문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국내최초 국제표준 성능 테스트 통과한 LEVEL PRO
BSC(생물안전작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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