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철 박사(배재대학교 산학기획/창업/LINC+ 팀장)

 

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대학가는 2주기 대학기본역량평가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1단계 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낸 반면, 자율개선대학에 가(假)선정된 대학은 다소 느긋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의 등급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해 자율개선대학 207곳, 역량강화대학 66곳, 재정지원제한대학 20곳이 최종 발표했다. 1단계의 예비선정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부정비리 혐의로 인해 점수가 깎여 등급이 하락한 대학과 맞물려 등급이 상승한 대학도 있어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됐고 필자가 근무하는 배재대는 후자의 경우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진리의 상아탑(象牙塔)이자, 학문의 전당이란 대학이 작금(昨今)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대학의 숫자가 갑자기 증가한 까닭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경쟁을 통한 교육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펼쳤던 ‘대학설립준칙주의’로 4년제 대학의 숫자가 1990년 125곳에서 2010년 202곳으로 20년 만에 60% 증가했다. 둘째는 베이비 부머 시대의 저출산 정책기조하에서 출산율이나 인구동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출산율, 학령인구와 같은 기본적인 통계를 반영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셋째로 재정확충을 위해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대학의 규모를 키워나갔던 대학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10일)부터 각 대학들은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2019학년도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입시전쟁’에 돌입한다. 지방사립대학에서 입학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에 5만 6000여 명이 대학 선발 인원에 미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사립대 38개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공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에 ‘입학절벽’시대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인구절벽’시대. 새 생명의 탄생은 큰 축복이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참석했던 돌잔치에서 모처럼 ‘돌잡이’ 하는 것을 봤다. 과거 쌀, 붓, 활, 돈, 실 등을 펼쳐 놓았었는데 마이크, 청진기, 판사봉, 마우스, 골프공, 축구화 등 여러 가지 물건이 추가됐다. 자녀의 건강과 성공적인 미래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축복된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직업’인 걸 보면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생각이 들었다.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내야 할 내 자녀들의 미래와 직업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의 조건이 다소 암울하고 참담할 수 있지만 이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어두워야 별이 보이듯 절망이 크면 희망도 보인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다. Begin Ag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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