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묘사된 시조
풍경 속에서 느낀 그리움

 
 

 

제 빛깔로 살고 싶어
떠나온 내 길인데

마음이 가는 대로
부를 수 없는 사랑

별빛도 헤매는 바다
용기는 깃을 접고.

-단상(斷想)12 ?용기(勇氣) 中
------------------------------------------

이건영 시조시인

그의 시조집은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풍경들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든다. 나의 주변은 어떤 풍경일지 생각해보고 평소보다 눈을 더 반짝여 바라보며 그리움도 느끼고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추억해보게 된다. 시인은 이러한 모습과 기억들을 그림처럼 묘사해 시조 속에 고스란히 녹였다.

시나 시조 같은 시문학은 자기고백체의 1인칭 시점에서 출발한다. 정서와 감정을 압축시켜 짧고 간결하게 표현해내야 한다. 수헌(守軒) 이건영 시조시인은 엄격하게 시형을 지켜 정형률을 유지하면서 작품을 쓴다. 이러한 기본들을 바탕으로 데뷔 20년 만에 첫 시조집 ‘나도 그냥 풍경이다(도서출판 이든북)’를 펴냈다. 그의 시조시집에는 자연과 조응된 인간사,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 애잔한 그리움의 연가를 애틋하고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풀어냈다. 자연과 조응된 인간사를 자연의 현상, 풍경과 이법 속에서 인간 삶의 질서를 찾아 이를 조응시켜 교직한 작품들을 담았다. 또 자신의 삶과 연계된 사상을 넣지 않고 유교적 흐름에 맞게 현상을 접합해 작품 속에 갈무리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는 고통과 번뇌, 착각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들로부터 연민을 느끼고 인간사에서 이뤄지는 사연과 애정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실었다. 아울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그리움, 사랑, 부모, 고향 등 잊히지 않는 마음을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연과 접목시켜 시조집에 담아냈다. 시조는 1부 나는 오늘, 2부 강가에서, 3부 봄, 너를 기다리며, 4부 단상(斷想), 5부 길 위에서로 110편의 시조를 담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지난 1971년 ‘심마니’ 문학동아리 창림 회원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해 1993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발을 디뎠고 대전문인협회, 대전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시인은 “생의 길을 걷고 또 걷는 우리는 나그네다”라며 “이 작은 집에 언제라도 스스럼없이 들러 따뜻한 마음의 차 한 잔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