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지난 여름 서울에서 중·고교생 10명이 여고생 1명을 노래방, 관악산 등에서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학생 중 1명은 형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알려졌다. 최근 청소년 집단 폭력사건은 노래방, 원룸, 인적이 드문 곳 등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휴대전화 유심칩을 빼앗아 신고를 차단하는 등 성인범죄 뺨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폭행 장면이나 피해자 비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등 기존 청소년 폭력 사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대구에선 10대 청소년 6명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며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잔인한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자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정부도 소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고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 모(18) 양이 대법원에서 법정 최고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양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소년법 적용 대상이어서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소년법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을 처벌보단 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그러나 처벌이 약한 소년법을 악용해 범죄나 처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범죄행각이 SNS나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급기야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됐다. 청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소년법의 도움으로 처벌이 경미한 점을 악용해 성인이 저지른 범죄를 청소년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일정한 대가를 제시하고 대신 자수하도록 하는 등 악용 사례도 있다.

2017년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4대 강력 범죄로 검거된 10대 청소년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10대에 의한 강력범죄가 하루 9건씩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강간 등 성범죄자가 1만 1958명으로 가장 많고 강도 2732명, 방화 1043명, 살인 116명 등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소년범의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범행이 잔악할수록 그만큼 영웅시되기도 한다. 또 현재는 경제 성장과 학교 교육의 보편화로 과거에 비해 소년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조숙해졌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소년범에 대해 보다 강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범에 대해서도 형법 개정과 특별형법의 제정으로 형사처벌이 대폭 강화된 마당에 소년범에게만 지나친 관용을 유지할 수 없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소년범에 대한 유기징역형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높였고 현재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에서 17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년범이 우발적 폭력 등 소년으로서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중대범죄인 경우 소년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일반 형사법정에서 성인범과 동일하게 재판·처벌을 받는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경우 소년의 연령을 17세 정도로 낮추고 형사미성년의 나이를 13세 정도로 낮추는 것, 소년범에 대한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20년 정도로 높이는 것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 강화와 함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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