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실패박물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실패를 딛고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패를 주제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전시는 18일 옛 충남도청사 내 의회동 2층 건물에 실패박물관을 건립하고 2020년 1월에 개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국비 5억 원과 시비 5억 원 등 모두 10억 원이 들어간다. 박물관은 실패사례에 대한 학습을 통해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컨텐츠들로 꾸며진다.

따라서 일반 박물관처럼 전시위주가 아닌 실패사례를 조명하는 영상 등 시청각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다. 실패한 사장 기술을 재활용하기 위한 거래상당소도 운영된다. 대덕특구의 은퇴과학자들이 큐레이터로 배치돼 실패사례를 안내하고 상담까지 해주기로 하는 등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실패박물관에서는 예비창업자와 재창업자 스타트업과 투자자와의 만남의 장도 마련해주기로 했다. 분기별로 1회씩 오픈형 프리젠테이션 개최를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소개와 투자자의 자문이 오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재도전 성공패키지’와 프로그램을 연계해 실패 후 재도전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실패를 주제로 한 박물관을 건립하고 실패를 딛고 재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대전시의 발상이 참신하다. 더구나 실패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실패한 창업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창업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취지가 좋아 보인다.

물론 실패와 관련한 박물관 건립이나 행사 개최는 대전이 처음은 아니다. 박물관만 해도 스웨덴 헬싱보리와 미국의 할리우드에 이미 건립돼 여러 기업의 실패작 100여 건을 모아놓고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으려 하고 있다.

행사도 다양하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매년 10월 13일 실패의 날 행사가 열리는데 국민의 4분의 1이 지켜볼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실패를 기념하는 ‘실패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실패박람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같이 실패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 의미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가 실패박물관을 건립한다고 하니 반갑다. 실패박물관이 당초 목표한대로 잘 추진되고 운영돼 예비창업자와 실패를 딛고 재창업하려는 시민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자양분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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