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취업률에 독서는 남의 일
그나마 전공·자격증 서적 치중
대학 “권장 책 읽어야 졸업”

‘독서의 해’가 지역 대학생들에게는 헛구호인 모양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무색하게 정작 대학 도서대출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시간에 쫓기고 있고 업친데 덮친격으로 심화되는 취업난으로 책에 손을 뻗칠 여유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일부 대학은 권장 도서를 읽어야만 졸업이 가능한 학칙을 만들기도 했다.

대전 A 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23) 씨는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을 찾는다.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함이다. 취업 스펙 중 가장 기본인 학점. 도서관에서 한 번이라도 더 전공서적을 읽어보고 취업 관련 자격증 책에 집중해야 한다. 김 씨는 “졸업이 다가오면서 책을 아예 못 읽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고전 문학은 흥미가 떨어진다. 차라리 학과 관련 공부를 해 학점 관리를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은 자격증 관련 도서다. 실제로 A 대학 도서관 입구에는 어학 관련 서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송 모(23) 씨는 “도서관을 찾으면 자격증 서적을 펼쳐두고 문제 풀이를 하느라 바쁘다”며 “현실적으로 취업을 위한 공부가 우선인 것 같다. 독서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대학생들의 독서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교원학술정보원이 발표한 ‘2016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들의 독서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대학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전 A 대학의 도서 대출 건수는 지난 2015년 11만 9173건에서 2016년 10만 5267건, 지난해 10만 4661건으로 줄었고, B 대학 역시 2015년 11만 250건에서 2016년 9만 5091건, 2017년 9만 2772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대전대학교는 전공인증제에 학과 관련 도서를 의무적으로 읽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남승규 교수는 “이제는 모바일·ebook 등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일상화됐고 책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때에 독서를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학에선 독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책 읽기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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