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세종 본부장

“우리부부는 어딜 가서 어떻게 살라고….”

자신의 딱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성 모(77) 씨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처해진 사연을 듣다보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는 이제 조그만 한 주택조차 소유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깊은 좌절을 느끼는 듯 했다. 핏기 없이 수심에 가득 찬 그의 얼굴, 윤기 없는 나직한 말소리.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고생하며 살아왔지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을 잇지 못한 채 혼자말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성 씨.

성 씨가 세종시 조치워읍 신흥리 샛터길 1길에 둥지를 튼 것은 십 수 년 전. 40여 평의 작은 주택이지만, 2층은 세를 놓아 근근이 생활해왔다.

그러나 뜻밖에 인근에 들어선 ‘사랑의 주택(실버주택)’ 사업이 노부부에게는 청천병력이나 다름없는 화근이 됐다.
올해 여름, 연일 섭씨 38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창문조차 열어놓지 못한 채 참아야 했다. 진동으로 주택곳곳에 갈라진 균열,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주택붕괴 우려까지 불안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이 같은 고통은 시작에 불과했다. 노부부의 주택이 도로확장에 일부 포함되면서 깊은 시름에 잠기게 된 것. 현재 기존 5~6m 도로 폭이 10m로 확장되면서, 성 씨의 주택 5~6평이 도로로 수용됐다. 따라서 2층 주택을 헐어 새 집을 지어야 되는데 나머지 35평가량으로는 평수가 너무 작다. 또 보상비로 이사는커녕 건축비조차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구나 2층집을 짓지 못해 월세 수입도 끊기게 됐다. 생계까지 막연한 현실이 되면서 노부부의 노후가 암담해졌다. “확장되는 도로 폭 10m에서 1m만 줄여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탄한 성 씨는 “이제 남은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실버주택인 ‘사랑의 주택’. 이면에 드러난 행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신흥 ‘사랑의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주택균열 등 각종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의 몫이다. 국가세금과 시민혈세가 162억이나 들이는데 부실시공 우려도 일고 있다. 특별한 논란거리도 있다. 시공사 적격심사 과정에서 1순위와 차순 위가 번복되는 ‘조작설’까지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노인복지차원의 ‘사랑의 주택’ 사업이 노부부를 눈물짓게 하는 ‘아이러니’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랑의 주택’은 세종시가, 세종시민이 주인이다. 성 씨 노부부의 보상비는 고작 15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또 균열된 담장은 예산부족으로 보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반해, 이 사업은 LH가 적격심사로 시공사를 선정했는데도 시공비 28억 3000만 원을 추가로 증액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공비의 28%를 웃돈다. 시는 이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적격업체 번복 ‘조작설’과 수십억의 설계변경 등 수상쩍은 문제들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LH 간 제1호 공동사업장 ‘사랑의 주택’ 사업이 ‘비밀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자초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서중권 세종본부장 0133@ggilbo.com

 

[세종시 ‘신흥사랑주택’ 입찰 관련 반론보도]

본 신문은 지난 9월 19일자 ‘세종시 신흥사랑주택 안전불감증·부실시공 논란’ 기사 및 같은 달 27일자 ‘공공실버 신흥 ‘사랑의 주택’… 눈물짓는 노부부’ 기사에서 세종시 신흥사랑주택 건설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토지주택공사가 공사업체 입찰심사과정에서 1순위 업체를 부적격 처리하고 2순위 업체로 낙찰했으며, 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사비 28억 3000만 원을 증액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공사 측은 업체 변경은 1순위 업체의 자진포기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사비 증액 또한 주택 평형상향 및 주차장 추가확보 등을 위해 입찰공고 이전에 세종시에서 이미 사업비 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입찰업체 변경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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