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대전에 있고, 파리이응노레지던스는 프랑스에 있지만 고암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계속해서 뻗어나가고 있다. 고암은 이미 대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세계사에서 거론되는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이 가운데 파리이응노레지던스가 있다.

파리로 진출한 작가들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1일 떠난 프랑스 출장에서 기자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이응노라는 작가를, 한국이 사랑하는 이응노라는 화가의 위상을 실감했다. 박인경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의 계획으로 청년작가들에게 파리 보쉬르센 레지던스 공간을 제공하는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에 온 관객들이 그 증거였다.

15일 개막한 오픈스튜디오에는 파랑, 김형진, 김찬송 작가 이 3명의 작가 작품을 보기 위해 50여 명의 프랑스 현지인들이 모였다. 당일 파리시내에서 보쉬르센으로 오는 기찻길이 끊기지만 않았어도 인원은 더 많았을 거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청년 작가들의 명성보다는 이응노미술관의 지원을 받는 작가들이라는 이유 단 하나로 대부분 어려운 걸음을 했다. 그곳에는 이응노레지던스의 오픈스튜디오를 보기 위해 5년 연속 그곳을 찾는 이도 있을 만큼 레지던스의 결과는 뚜렷했다. 대전시에서 지원하는 제5기 레지던스가 진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작가들의 행보는 앞으로의 이응노미술관을 더 기대하게 했다.

박인경 명예관장과 그의 뒤를 잇는 이융세 작가는 이 같은 이유로 파리이응노레지던스의 확대를 바랐다. 특히 파리 동양미술학교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고암의 화풍을 많은 작가, 제자들을 통해 더 전파되기를 원했다. 또 이들과 함께 이응노미술관을 통한 고암의 세계화 확대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이지호 관장은 출장에 이어 개인휴가까지 내고 박 명예관장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가까운 미래에 동양미술학교로 이어지고 있는 고암아카데미를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동시에 이응노의 작품이 퐁피두센터 상설 전시에 걸릴 수 있게 하는 목표까지 세웠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지난해에는 프랑스 세르누쉬미술관에서 이응노 회고전에 이어 퐁피두센터에서 개최한 개인전으로 평가된다. 박 명예관장과 이응노미술관이 국제화 무대를 철저하게 준비해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응노미술관은 지금까지보다 더 전문적이고 국제적으로 일해야 한다. 고암이 프랑스에서 위상을 인정받고 재조명을 받았다면 앞으론 미국, 영국, 독일 등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이응노레지던스를 통해 지원을 받은 작가, 문화예술인들이 국경을 없애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들이 더 많질수록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이응노의 세계화,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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