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관평초 교사

며칠 전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어린 시절부터 오래 살던 친정 동네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을 떠난 지도 이미 5년 가까이 흘렀는데 친정어머니와 장을 보는 내내 초임 교사 시절 학부모님으로 만났던 많은 동네 어르신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보고도 반갑게 달려와 맞아주시며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하고 말씀해 주시는 부모님들을 뵈며 저의 초임 교사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네와는 먼 곳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저는 그분들께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던 우리 동네 ‘선생님’인가 봅니다.

펄펄 끓는 혈기 하나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특별한 학급 경영을 꿈꾸며 뛰어다닌 초임 시절 3년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늘 부끄럽지만 의미 있고 보람된 기억이며, 다시 찾아오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교사로서 참 철없고 의욕만 앞선 행동들도 많이 했는데 단 한건의 민원도 제기하지 않으시고 늘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 좋다고 말씀해 주시던 학부모님과 세상에서 제일 기억에 남을 선생님이라며 저를 따라 주었던 학생들에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래된 단골 슈퍼에 들러 8년 전 제자를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람단 단장과 지도 교사로 만나 에버랜드며 독립기념관이며 함께 쏘다녔던 아이가 어느 새 경영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듬직한 모습으로 제 앞에 섰습니다. 자기 집에서 제일 좋은 음료수라며 냉장고에서 꺼내어 선생님과 어머님 한 잔 하시라고 권하는 넉살도 생겼습니다. 비록 세월이 오래 지나지 않았고 제 교직 경력이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뿌듯함과 신기함, 흘러간 시간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언제 찾아가도 늘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고향 같은 동네가 있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저를 기억해 주고 반가이 맞아주며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지게 해 준 그 동네와 한가위가 올해 따라 더 저에게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이래서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나 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좌충우돌 저의 교사 생활도 한가위에 무르익는 곡식들처럼 더 알곡으로 익어가길 바라며 연휴가 끝난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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