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도 피 안나는 무출혈 주사바늘 개발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 주사바늘 기술. 연구재단 제공
이해신 교수. 연구재단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교수는 무출혈 주사바늘을 개발해 에이즈, 에볼라, 간염 바이러스 등 환자의 혈액이 매개되는 의료진의 2차 감염 문제를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주사기는 세계 의료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기본적인 의료도구다. 혈관, 피하, 근육 등의 경로로 질병 예방 및 치료용 약물을 주입하거나 혈액채취, 생검 등 대부분 의료현장에서 사용된다. 처치 후엔 환부를 압박해 지혈해야 하는데 혈우병, 당뇨, 암 등 지혈 기능성이 약한 환자와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제 장기복용자 등은 정상적으로 지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교수가 개발한 무출혈 주사바늘은 표면을 지혈 기능성 재료로 코팅하는 방식이다. 간단한 개념이지만 관건은 주사바늘을 코팅하는 재료가 피부와 혈관조직을 뚫고 체내로 주입될 때 작용하는 마찰력을 견딜 수 있도록 표면에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사 후엔 혈관 내벽이나 피부에 붙어 주사 부위를 막아야 하며 인체에도 무해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연을 모사하는 천연 고분자 소재에서 해답을 찾았다. 파도가 치는 해안가 바위에도 단단히 붙어 있는 홍합은 발끝의 섬유다발인 족사 구조에 카테콜아민 성분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갑각류의 단단한 껍질에서 추출되는 키토산 골격에 카테콜을 함유한 키토산-카테콜 신소재를 이용해 주사 과정의 마찰력을 견디고 혈액과 즉각적 접착막을 형성하는 무출혈 주사바늘 코팅용 생체 접착제를 개발했다.

홍합모사 생체접착제를 주사바늘에 마이크론 두께로 코팅하면 건조 과정에서 얇은 박막이 형성된다. 이 박막은 혈액과 닿으면 빠르게 하이드로젤 형태의 연성 소재로 바뀌면서 혈장단백질과 결합하여 주사바늘 구멍을 막는 실런트 역할을 하게 된다.
무출혈 주사바늘에 사용한 지혈물질은 단독으로 지혈제로 사용할 수 있으며 2015년 지혈제를 국내에서 상용화한 데 이어 2016년 미국 FDA의 허가를 획득했다. 또 관련 연구내용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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