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논란의 해결책으로 주목받았던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공론화라는 의견수렴 과정을 추진하는 공론화 위원회가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지난 5일 월평공원 시민대책위원회와 주민대책위원들을 기자회견을 갖고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의 졸속 운영과 시민참여단 모집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위원회의 참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8일 우려를 표명했던 시민참여단 모집 과정에서 대표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사례와 공론화 위원회의 1차 숙의토론회가 공론화의 취지를 배반한 채 진행됐다며 공론화 과정의 정상화를 요구했다.

대전시는 지난 4월 논란을 빚은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헌재 판결로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월평공원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심 공원의 개발제한이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난개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초래됐다. 특히 대전시는 환경적 가치가 큰 월평공원 등을 난개발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공원의 핵심지역에 18~21층 높이의 20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사회적 논란이 컸던 월평공원 문제는 대전시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이기도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 원전 사업 추진을 두고 진행된 공론화위원회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던 상황에서 대전시로서는 시도해 볼 만한 과정이었다. 다만 그 시점과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급한 추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월평공원 문제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던 시민대책위와의 협의도 거치지 않고 공론화위원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적지 않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행히 숙의민주주의 가치를 시정 철학으로 제시한 허태정 시장의 당선과 시민사회의 참여 결정으로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는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채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또 다른 시험대에 서게 됐다.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내건 공정성, 대표성, 숙의성, 수용성의 4대 원칙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대립이 첨예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간 해결 방식이 아닌 시민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해결 방안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불거진 문제는 쉬이 넘어갈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과 합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와 결론만을 위한 무리한 일정 추진으로 비쳐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제기된 문제만으로도 공론화위원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뢰에 큰 흠집을 남겼다. 갈등 문제 해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결과에 대한 수용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의 파행은 공론화위원회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허태정 시장이 취임 후 시정의 핵심 가치를 숙의민주주의로 두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정부’를 표방한 허태정 시장의 시정 방향을 거스르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는 허태정 시장에게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월평공원 개발에 대한 찬반 결론을 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다. 결론에 앞서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 숙의 과정을 통한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어야 아름다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제 공은 허태정 시장에게 넘어갔다.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가 정상화 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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