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보엠 포스터.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Che gelida manina! Se la lasci riscaldar(그대의 차디찬 손, 내가 녹여주리다)’. 성탄절 이브, 정전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방안. 오페라 ‘라 보엠’ 중 시인 ‘로돌프’가 첫눈에 반한 ‘미미’의 차가운 손을 잡고 전하는 노랫말이다. 쌀쌀한 가을 날씨로 마음 한켠이 시린 10월, 가난하지만 뜨거운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오는 24일 그 막을 연다.

오페라 라보엠 연출 스티븐 카르(StephenCarr).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지난 9일 공연 개막에 앞서 대전예술의전당에 마련된 오페라 라보엠의 연습현장을 찾았다. 전체 4막으로 구성된 ‘라 보엠’은 푸치니의 첫 흥행작품으로 가난한 보헤미안들의 일상과 예술, 사랑, 이별, 그리고 죽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신파스러운 스토리지만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대전예술의 전당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자체제작으로 진행되고 예술의전당 그랜드 오페라 최초의 외국인인 미국 무대 공연 연출가 스티븐 가르가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또한 1900년대 초라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2068년의 프랑스 파리로 옮긴 것도 관전포인트로 지목된다.

스티브 가르 연출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라 보엠의 근원이 됐던 짧은 소설로 다시 돌아갔다. 책에는 보헤미안은 고대시대때부터 앞으로도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무대는 그 이야기가 말이 되게 하는데 목적을 뒀다”며 “난민들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와 우연히 마주한 미래주의적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시대 배경을 2068년으로 옮기게 됐다. 그곳은 난민으로 가득 차 있고 상류층과 하류층의 격차가 더욱벌어져 있는 혼란스러운 시대다. 매일 살아남는 것이 전쟁같은 시대임에도 예술을 구현하기 위한 젊은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또 한 시대를 향유하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라보엠 미미역 최우영.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공연은 최우영, 양세라, 이두영, 이승왕 등 지역출신 성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더욱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탁월한 실력을 입증했다.

연출가 스티븐 카르(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9일 대전예술의전당에 마련된 오페라 라보엠 연습현장에서 가수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그들 중 ‘미미’역을 연기하는 최우영 씨는 “라보엠은 예술을 하는 청년들이 가난하지만 그 안에서 진실되게 사랑하고, 그 사랑에 거짓말하지 않고, 뜨겁게 사랑해 뜨겁게 헤어지는 이야기다. 예술가란 삶을 감추기보단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고 소리, 몸, 글 등을 통해 그 감정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한다. 푸치니 작곡과 오케스트라 음악들이 주는 깊이 등 라 보엠은 종합예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오페라로 구성된 만큼 앞서 말했던 감정 전달방법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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