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규정하고 이를 만든 사람과 계획적으로 유포한 사람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엄정 처벌하는 한편 가짜뉴스를 통제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주문하면서 소위 가짜뉴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가짜뉴스 엄단 방침을 두고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화두다. 한 여당 의원은 포털사이트 등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규정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를 채용하고 명백히 위법한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는 규제 조항과 함께 이를 어기면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법안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통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 법원 판결 등으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 정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 공표, 지역·성별 비하 및 모욕으로 삭제 요청한 정보 등을 가짜뉴스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가려내는 일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시 가짜뉴스라고 판정했던 사실들이 세월이 지나 진짜뉴스로 확인된 사실도 부지기수다. 재판의 경우도 오판 가능성 때문에 3심제를 두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가짜뉴스인 것을 누가 판정할 것이며 그 판정이 옳은 판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지난한 과정일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에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의 교란범이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잘못 다루다보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역대 정권마다 가짜뉴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불거진 MBC의 ‘광우병 보도’는 후에 법원이 ‘다우너 소’ 부분 등 세 곳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천안함 폭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가짜뉴스도 횡행했다. 가짜뉴스 단속이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처벌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 가짜뉴스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

현실을 풍자하거나 인터넷 이용자들이 단지 재미를 위해 뉴스 형태의 게시물을 생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정보까지 규제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진실과 거짓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들은 이미 정보통신망법이나 형법, 공직선거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규제되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나 정책풍자를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여 차단하거나 처벌할 위험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좋아하지 않는 모든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부른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영향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에서 가짜뉴스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가짜뉴스는 사회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민주주의 사회의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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