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 새로운 시집 구성/내면세계 그려낸 특유의 언어

받아줄 거라
쉽게 생각했다. 함부로 나부대며 추근거렸다

아니었다

하 맑고 그윽하여 그의 눈, 채 읽지 못했다
가득 차고도 남는 품, 안아볼 재간 없었다

그만 돌아설까 망설이는데
애처롭게 바라보네

나, 발길 돌리지 못하겠네
세상에

천지가 멍, 할뿐

-첫시, 그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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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의 시인

시(詩)는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 속에서 시인이 바라본 세상에 대한 내면세계를 대변한다. 양태의 시인의 시집 ‘툭’(기획출판 오름)에서 그는 가볍고 무심한 단어에 무게감을 살포시 얹었다. 의자 위 양말, 우는 나이테, 연필 나무 등 의인화된 사물은 그만의 언어로 승화돼 제각각의 풍경이나 경험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시집엔 그가 가진 특유의 생동감이 넘치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해 머릿 속에서 시인이 보고 느꼈던 모습을 함께 연상시키게 한다.

양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툭’은 첫 시와 끝 시로 시집의 시작과 마지막을 정리한다. 시를 향한 마음이 담긴 여러 편의 시엔 그의 사상과 감정이 새로운 형태로 구성되고 정립됐다. 특히 산문시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 하나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 시의 모습을 띈다. 여기에 더해 독자의 생각이나 마음을 헤아리는 듯 한자어나 외래어, 우리말의 묘미, 서술적 표현을 곳곳에 배치해 독특한 시인만의 시풍으로 바뀌게 한다. 리듬감과 상징 등 시적 장치도 가미했다. 보통 시나 예술은 작가의 무의식이 숨어 있다. 이는 제작 동기의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양 시인의 시집에서는 가정, 시대의식을 비롯해 그가 체험한 지성적 사유나 서정이 자주 등장한다. 한 편씩 읽다보면 그의 내면과 마주하게 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이유다.

시집의 구성도 남다르다. 기존의 1부와 2부로 나뉘던 시집들과 다르게 첫 시, 끝 시를 기준으로 62편의 시를 담았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양 시인은 지난 2002년 시집 ‘어오러지어오러지’를 들고 문단 활동을 시작해 2006년 월간 ‘스토리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전원에서’ 창립 동인으로 대전문학과 호서문학에서 활약하며 시집 ‘이명’, ‘혼자 우는 뒷북’ 등을 펴냈다. 양 시인은 “기존에 있는 시집들과는 다른 작품이 나오도록 새로운 형태로 구성, 시를 향한 마음을 대변하는 첫 시와 끝 시를 맨 앞과 제일 끝에 채워 넣고 일반적인 용어와는 조금 다른 단어와 말들로 정리했다”며 “시상이 떠오르면 적어두고 다시 살펴보며 글을 쓰고 완성시킨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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