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4년 만에 무죄취지 판결
국민청원 게시판 비난 쇄도
비리수단 전락 우려 목소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찬반이 갈리는 것은 물론 종교가 병역 비리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종교적 판단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유죄를 선고한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4년 3개월 만에 뒤바뀐 것이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인해 병역 의무를 다한 예비역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반발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청원만 446건에 달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종교적 병역거부’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청원을 비롯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체복무안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청원자는 “나라가 말하는 국방의 의무를 감당하기 위해 군말하지 않고 군생활을 하고 왔는데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로 한순간에 비양심적 사람이 됐다”며 “이 판결은 더 이상 국가의 필요성을 갖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청원자는 “이제 자기 양심에 반하는 모든 것을 거부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법치가 아니라 양심에 의해 모든 것이 이행되는 나라다”면서 “세금을 내는 것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될 경우 신념을 갖고 거부하면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고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면 신념을 갖고 탈법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 그런데 양심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여호와의증인’이라는 종교에 얽힌 무죄판결이라는 점에서 타 종교로 번지거나 종교 자체가 병역 비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는 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교인은 “모든 종교에는 살생을 금하는 교리가 있다. 종교가 병역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며 “종교와 신념을 떠나 모든 병역이행 대상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찬성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정의당 등 일부 정당과 국가인권위원회 등 전국 여러 인권단체, 시민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취지 판결에 환영한다’고 뜻을 밝혔다. 또 국민청원 게시판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동의’ 의견도 있다. 즉 ,이번 판결로 인해 사회가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더욱이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까지 보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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