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취재본부 문승현

“정말 유(柔)한 분이죠.”

최근 충남도 한 간부공무원과 식사자리에서 ‘양승조 지사의 리더십 스타일이 어떤 것 같으냐’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이 간부공무원 왈 “현안사업 관련해서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하니까 이 양반이 묵묵히 듣기만 하시더니 글쎄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내가 그쪽 얘기도 들어볼 테니 나한테 시간을 좀 주시게’ 그러지 뭡니까. 말하자면 현안에 얽힌 상대방도 괜한 오해나 상처 받으면 안 되니까 지사 당신께서 직접 중재를 해보겠다는 거죠. 제가 그 말씀 듣고 참…” 그는 말을 맺지 못하고 한참 동안 고개를 주억거렸다.

‘충청도 선비’ 양승조의 부들부들한 일화를 갑자기 꺼내든 건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그가 명토박아 한 말이 평소 어법과 분명 결이 다르게 느껴져서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양 지사는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단호한 어조로, 다른 질문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조곤조곤 입장을 밝혔다.
요(要)는 이렇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나와 철학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도정을 이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역량이나 도덕적 측면에서 하자가 있는데도 그런 인사를 쓴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앞으로도 민선 7기 도정 철학과 비전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설사 나와 반대편에 섰던 사람이라고 해도 기용하는 데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

일부 도 산하기관장에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던 인사가 임용됐고 신설한 4급 상당의 정무보좌관을 측근으로 채워 넣었다며 일각에서 ‘보은인사’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데 따른 해명이자 반박인 셈이다.

양 지사는 다만 여성정책개발원장 임용과정에서 ‘점수조정’ 같은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잡음은 일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과가 완결된 상태에서 점수를 올려주면 공문서 위·변조가 될 수 있는데 이번 사안은 협의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조정한 것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선을 그었다.

양 지사의 이 같은 자신감은 도 산하기관장이나 전문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하는 건 도지사로서 고유권한이라는 법적 토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지방자치법 105조는 ‘지자체장은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도청에 상주하며 양승조호(號)가 닻을 올리고 출항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민선 7기 출범 4개월의 도정이 도민 눈높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갓 출항한 양선(洋船)에 선장과 항해의 방향과 목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선원들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망망대해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하는 우려도 자연스레 제기된다.

공직의 사유화 가능성 등 여러 폐단에도 정치적 신조나 정당관계 등을 기준으로 인사를 하는 이른바 엽관주의(獵官主義)가 오늘날 국가는 물론 지방행정에 깊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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