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인 미세먼지로 한숨만 푹푹
미관상 이유로 마스크 언감생심

“가뜩이나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손님도 없는데 미세먼지까지 겹쳐 너무 힘드네요”

대전 중앙시장에서 지난 11일 만난 채소가게 사장 김 모(56) 씨는 진열장에 과일을 정리하면서 깊은 한숨만 내뱉고 있었다. 이달 초 갑자기 추위가 시작되면서 손님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데다 미세먼지까지 덮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잠깐 날씨가 풀려 손님이 있을까 했더니 이번에 미세먼지가 말썽이다”며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장사해야 하는 전통시장은 미세먼지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때이른 추위와 미세먼지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나마 있던 발길마저 드문드문해 매출에 직격탄을 받고 있는 거다.

시장 골목은 시장이라고 하기엔 북적임과 거리가 멀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박 모(74) 씨는 “일자리도 점점 줄고 불경기라 가뜩이나 장사도 잘 안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대형마트로만 가고 전통시장은 찾지도 않는다”며 “아무래도 전통시장은 어른들이 많이 찾는데 이분들은 마스크를 쓰면 불편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출을 안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상인들은 미세먼지가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마스크를 끼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보였지만 시장 상인들은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온통 뿌옇게 보이는 상태지만 미관상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식료품점 직원 최 모(39) 씨는 “미세먼지가 극심할 때는 시장 내 사람들이 절반가량 줄어든다”며 “미세먼지가 많다고 해도 미관상 이유로 일하면서 마스크를 쓰지는 못한다”고 토로했다. 인근 노점상들도 비슷한 처지였다.

대전역 앞 포장마차도 마찬가지였다. 잔치국수, 김밥, 호떡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이를 찾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잔치국수와 어묵 등을 파는 70대 김 모 씨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미세먼지같이 건강에 안 좋은 정보를 금방 알 수 있다보니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온다”며 “이번 주는 매출보다 재료값이 더 나와서 적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어젠 겨우 5만 원어치 팔았다. 지난해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미세먼지만 아니었으면 지금이 가장 잘 팔려야 할 시기인데...왜 다들 장사를 접는지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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