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 제막식 앞두고 집회 등 또다시 찬반양론 뜨거워

김종필 전 국무총리 흉상이 오는 24일 모교인 공주고 교정 내 동문동산에 세워질 예정으로, 지난 1982년 6월 5일 방문을 기념하는 김 전 총리의 비석이 왼쪽 맨 앞에 마련돼 있다. 이건용 기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이 그의 모교인 공주고등학교에 세워질 예정인 가운데 또다시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공주고 총동창회는 오는 24일 오후 2시 공주고에서 제19회 졸업생으로 제11대와 제31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는 동창회 측은 모교 발전을 위한 또 다른 100년 대계 차원에서 흉상 건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역사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일로, 공과 과를 형평성 있게 들어다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2015년 11월과 2016년 6월 흉상 건립을 두 차례 연기했던 이유는 살아 있는 사람의 경우 동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회 통념에 따랐던 것으로, 이제는 고인이 된 만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총동창회 측은 일각의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 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동창회 차원의 일로 바라봐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임재관 공주고 총동창회장(46회)은 “김 전 총리는 공주고를 빛낸 대표적인 인물로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라며 “JP흉상뿐만 아니라 모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얼굴들을 조명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총리 흉상 건립은 다가오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동문 전체의 단합과 모교의 영원한 발전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JP 흉상 제막은 3만여 동문들의 뜻을 하나로 모은 것으로 졸업 동문들과 재학생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인물에 대한 평가와 역사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충식 공주교 교장은 “일전에는 정치인들이 JP흉상 건립 추진위에 관여했지만, 현재는 순수하게 동창회만 관여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슈로 삼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오는 2022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동문들이 토지를 기증하고 장학금을 내놓는 등 모교발전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JP흉상 건립 또한 순수한 동창회 차원의 모교발전을 위한 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김 전 총리는 민주 헌정질서를 파괴한 5·16 군사쿠데타의 핵심 인물이자, 유신정권의 2인자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주역을 양성하는 학교 교정에 흉상을 설치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행태라는 입장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흉상 설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이들은 16일부터 공주고 교문 앞과 공주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로 해 오는 24일 흉상 제막을 앞두고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JP 흉상은 2.5m 높이로 애초 정문 옆에 들어서 예정이었으나 일부의 반대로 공주고 강당인 웅비관 옆 동문동산에 세워질 예정으로, 지난 2015년 총동창회가 주축이 돼 마련한 5000여만 원으로 이미 제작된 상태지만 3년 가까이 설치를 못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거목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지난 6월 23일 향년 92세로 타계해 많은 정치인과 시민들의 애도 속에 고향인 부여군 외산면 가족묘에 안장됐다.

’3김 시대’의 주역으로 현대사를 관통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부여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주중학교와 공주고등학교, 서울대 사범대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9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 정부 시절 두 번이나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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