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빅터 프랭클(Viktor Frank)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학·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경정신과 교수로 활동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의 제3학파라고 불리는 의미요법(Logotherapy)을 창시한 사람이다. 경제 평론가이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박정태 씨의 글을 인용, 이 시대에 필요한 상담 이론가를 소개하려 한다.

“어느 작가의 지적처럼 한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위대한 계시를 얻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기껏해야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그런데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는 꽤 중요한 계시들을 적잖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살아가야 할 이유(Why)가 있는 사람은 어떠한 방식(How)에도 견딜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암 투병 중이거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극한 고통 중에 있는 자도 자기의 사명(Mission)을 굳게 붙잡으면 견뎌낼 수 있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네 곳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수용소의 끔찍한 참상을 고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굽힐 줄 모르는 낙관주의,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삶의 의지를 표현했다. 그래서 절망이 아니라 희망 교과서다.

강제 노역을 하던 날 한 수감자가 기막힌 일몰 광경을 보며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프랭클은 “모든 것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토록 오랜 세월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던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프랭클은 가족과 재산, 심지어 숨겨두었던 원고까지 빼앗긴 채 벌거숭이 몸뚱이만 남는다. 그러나 그는 악과 고통의 죽음으로 둘러싸인 수용소 생활을 전하면서 내면적인 선과 고귀함과 삶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일깨운다. “자기에게 남은 마지막 빵조각까지 다 주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극소수지만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을 수 있지만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

몹시 춥고 바람이 매서운 날 새벽, 찢어진 신발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 울면서 작업장까지 한참을 절름거리며 걸었다.

그때 억지로라도 생각을 돌리기 위해 자신이 강단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고 ‘고통이라는 감정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고 나면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못한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인간이 고통과 불행을 겪을수록 삶의 의미는 그만큼 더 깊어지는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수용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참된 기회는 다 지나가버렸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와 한 번의 도전은 남아있었다.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내면의 승리로 변화시키거나 아니면 다수의 수감자들처럼 도전을 무시하고 그저 식물처럼 살아갈 수도 있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수감자는 파멸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정신력까지 잃게 됐다. “슬프게도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목표나 목적까지도 잃었다. 그러니 계속 살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 사람은 곧 죽었다.”

프랭클은 정말로 필요한 건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봤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것이다.

자신이 계속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답은 말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처신이어야 했다. 삶의 의미란 고통 받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두 팔 벌려 껴안는 것이다. 고통에 등을 돌리지 않고 하나의 과업으로 받아들이면 그 속에 성취할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자신이 존재할 이유를 알게 됐으니 어떤 방식에도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마라.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추구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훌륭하고 보람 있는 일에 헌신함으로써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얻어지는 의도하지 않은 부산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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