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운 캠코 대전충남지역본부 과장

남다운 캠코 대전충남지역본부 과장

하루에도 몇 번씩 TV와 인터넷 포털을 통해 소개되는 우리 주변의 금융소외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과도한 채무’, ‘부채’다. 이 단어들에는 이 분들의 삶의 굴곡이 함축돼 있다.

대전과 충남에도 상환 능력이 없어 원금 1000만 원 이하의 생계형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해 고통받는 장기소액연체자들이 상당수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중인 대전충남지역의 채무자 중 장기소액연체자는 4만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대전 인구를 150만 명으로 보면 약 3%의 비율이다. 금액과 연체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현재 채무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장기소액연체자 채무감면에 대한 안내문을 받고 연락했다는 한 채무자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이른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가장이 돼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며 정말 열심히 살아왔지만 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데다 지금은 건강악화로 인해 경제활동도 불가능해 기초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조차 버거워 채무변제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채무에 대한 부담감과 자책감으로 힘들었는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제도 안내문을 받고 ‘이제 이 힘든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마다의 사연만 다를 뿐 다른 장기소액연체자들 역시 이분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상황의 악화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신용등급이 저신용자로 떨어지면 이후에는 ‘번듯한’ 직장에 취직이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저임금 노동자로 생활 할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이 낮아짐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 대부업체 등으로 점점 제한된다. 소득 증가 없이 채무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채무 변제는커녕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기 일수다.

금융소외자들의 재기지원을 위해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정책들이 시행됐으며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으며 그 이유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변제를 선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면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제도는 그들이 금융소외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인구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재기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청자의 자산현황, 거주지임대차계약서, 카드 사용내역 등 소득, 재산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상황에 따라 채권 소각부터 감면까지 차등화 된 방식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가 재기의 희망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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