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 제자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붓끝으로 만나는 함석헌의 시’ 붓글씨전 개막

함석헌 선생의 시가 정성 가득한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의 붓끝을 만나면서 더욱 진한 울림으로 퍼졌다. 18일 오후 3시 대전 NGO센터 카페에서 개막한 ‘붓끝으로 만나는 함석헌의 시’ 붓글씨전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일생 함 선생을 조명해 온 학자다. 시를 쓰는 것은 어려워도 읽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라는 김 교수를 만나봤다.

#1. 그의 붓은 프로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서예가 전부다. 그저 취미 생활을 이어오다 평소 즐겨보던 시를 붓끝으로 옮겼다.

“어린 시절 붓글씨를 배운 이후로는 점차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말에 꼭 시를 붓글씨로 표현해보고 싶었죠. 지난 3월 함 선생 탄생 기념일에 지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본 뒤 용기를 갖고 처음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첫 전시회의 작품 소재는 모두 함 선생의 ‘수평선 너머’에 담겨있는 시다. 지난 1940~1950년대 이후로는 발견할 수 없는 함 선생의 시에는 그의 마음을 울리는 특별함이 담겨있어서다.

김 교수는 25편의 작품 중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으로 ‘진리’와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꼽았다. 정성을 쏟은 작품들은 한 편 한 편 모두 소중하지만 두 편의 시는 붓으로 쓰면서도,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유독 머릿속을 맴돌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진리'가 왜 슬프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를 음미하다 보면 나도 그 사람이길 바라지만 나도 누군가에겐 그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깊은 생각이 듭니다."

'붓끝으로 만나는 함석헌의 시(詩)' 김조년 붓글씨전이 18일 대전 중구 선화동 NGO센터 카페에서 개막, 김조년 교수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2. 살아나는 詩

그래서일까, 그는 한 편 한 편의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여러 생각들을 느껴보게 하는 시를 붓으로 쓸 때 모두 단 한 번도 고쳐 쓰지 않고 집중해서 담아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쳐 쓰지 않아서 그런지 시들이 모두 들쑥날쑥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모양이든 내가 쏟은 정성은 모두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정성 속에서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새로운 발견, 그래요 새로운 발견입니다.”

일흔을 넘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개인 전시회. 꿈을 이룬 그는 이번 작품전을 ‘선물’로 표현했다. 김 교수에게도,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붓으로 쓰여진 시를 보고 새로운 감동을 받았으면 해서다. 

“평소 즐겨 읽던 함 선생의 시를 붓으로 써보니 시의 맛이 되살아나고 더 가까워졌습니다. 연말, 시민들이 시를 통해 색다른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그의 미소에서 은은한 묵향이 묻어났다. 

글=김지현 기자 
사진=전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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