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인용해 화제된 박노해 '그 겨울의 시'는 어떤 시?

박노해 시인 [출판사 느린걸음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 메시지로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하면서 해당 시인과 해당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 겨울의 시'는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10년 펴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수록된 시다.

박 시인이 12년 만에 펴내 주목을 받았던 해당 시집은 그가 그동안 써온 5000여 편의 시 중 엄선한 304편이 담겨 있었고, '그 겨울의 시' 또한 그 중 한 작품이었다. 시집으로는 드물게 4만여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로 살아온 박 시인은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노동해방과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필명인 박노해는 '노동해방'의 줄임말일 정도로 일생을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삶을 시로 녹여내는 일을 해왔다.

한국에서 사회주의를 처음 공개적으로 천명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체포, 사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이후 민주화운동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 보상금을 거부했다.

2010년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시작(詩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2014년 사진집과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하는 등 시가 아닌 사진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 개혁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그 겨울의 시' 전문이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2010년에 펴낸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출판사 느린걸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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