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성탄절 저녁, 무심코 티비를 켰다가 고 김용균 씨 부모님이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김용균 씨는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밤샘근무를 하다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어린 노동자다. 24살 외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비통한 심정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그러나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누르며 어머니 김미숙 씨는 회사, 노동청, 추모 집회, 추모 미사, 국회, 방송국 등을 가리지 않고 다니고 있다. 또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고, 이 사회가 저지르는 구조적인 살인을 막기 위해서, 원청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을 제대로 처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6년 5월, 19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 군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고로 숨진 이후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이 사회의 분노와 비판은 크고 높았다. 그 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당하는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2년 반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위험의 외주화’의 희생양이 되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통계에 따르면 직전 5년간 주요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모두 245명인데 그 중에서 212명(86.5%)이 하청 노동자다. 왜 이렇게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높은가?

산업안전공단이 2007년에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기업이 하청을 주는 이유는 ‘임금 수준이 낮아서(28.2%)’이거나 ‘노사 분규를 줄이기 위해서(15.8%)’라기보다는 ‘유해 위험 작업이기 때문에(40.8%)’가 가장 많았다.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그에 수반되는 안전의무도 외주화하는 셈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원청은 책임이 매우 낮고 산재 사망의 경우 원청의 법 위반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다.

따라서 2년 전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 서울메트로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없이 벌금 1000만 원으로 끝났고, 태안화력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이 사망했지만 원청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재해 사업장 인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원청 대기업은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산재를 줄이고 그 댓가로 산재보험료까지 거액(30대 기업 산재보험 할인액 2015년에만 4981억 원)을 할인받는 반면 하청 업체는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노동자들만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산재 예방은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원청 대기업은 안전관리에 별 관심이 없다. 사고가 일어나도 하청 노동자들이 당하고, 그것을 수습하고 책임지는 것도 하청업체 몫이기 때문이다. 가령, 김용균 씨를 죽게 만든 컨베이어벨트가 문제가 있다고 현장에서 회사(하청업체)에 보고한 것이 올해만 10번이 넘는다고 했지만, 하청업체가 스스로 판단해서 복구할 수는 없다. 하청업체 마음대로 복구했다가는 다음 계약에서 탈락할 수도 있으니까.

결국 산재를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청 기업이 가장 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영국은 2007년 기업 살인법을 제정하여 산재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산재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미국도 산재 사망에 대해서는 원청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미 늦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도 김용균법의 신속하고 제대로 된 처리가 절박하다. 엊그제 방송 인터뷰에서 김용균 씨 어머니가 남긴 말씀에 김용균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늘 성탄절입니다. 하늘에서 우리 예수님께서 내려오셔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내려오셨잖아요. 그것처럼 정부에서도 우리 어둡게 이렇게 일하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셔서 그 사람들 다 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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