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의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게 마련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상황이 바뀌고 더불어 의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퇴보하는 경우도 더러는 있지만 대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한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흐름을 위해 보행자가 지하도나 육교로 도로를 횡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행자의 이동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지하도와 육교가 폐쇄되는 추세이다.

지하상가가 조성돼 있는 대전 중앙로의 경우, 과거에는 도로를 횡단하고자 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반드시 지하도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보행자의 이동권 확보 차원에서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횡단보도를 설치하고자 했을 때, 많은 반대 여론이 있었다.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지하상가의 상권 위축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불과 수년 전의 의식은 이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는 보행자의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횡단보도의 설치가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만큼 보행자의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전체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동차 중심의 교통 흐름 정책의 산물로 만들어진 지하보도 곳곳이 횡단보도의 적극적인 설치로 제 기능을 잃고 있다. 문제는 폐쇄되는 지하보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거를 하자니 막대한 예산이 문제이고, 달리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방치되면서 도심 속의 흉물이 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하보도를 폐쇄하고 횡단보도를 늘리는 것은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교통약자 이용편의 증진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2019년부터 진행되는 계획에 폐 지하보도에 대한 활용 방안이 빠져있다고 하니 문제 해결에 한참의 시간이 걸릴까 염려스럽다. 대책 마련이 장기화 되면 흉물화도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적용될 교통약자 편의 증진계획은 버스 및 지하철의 내부 개선, 터미널과 지하역사 시설개선 등이 담겨있지만 지하보도 폐쇄에 따른 대책과 활용방안 모색은 빠져있다고 한다.

지하보도의 활용방안 마련은 간단한 문제 같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 새롭게 마련하는 대책이 관련 법규를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소수라 할지라도 지하보도 활용을 주장하는 시민이 있다면 그 요구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 누구 한 명이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지하보도의 활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그만큼 시민이 안전하고 편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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