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나이를 먹을수록 산에 가는 횟수가 늘어만 간다.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본다. 산에 간다는 생각을 하고 갈 준비를 하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러 간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산에 가서 내가 만나는 숲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알게 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나 스스로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공기가 있어서 우리가 숨 쉬면서 살수 있다는 것을 가끔 잊어버리는 것처럼 똑 같은 우(愚)를 범하고 있었다.

사계절 등산을 하면서 다양한 정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숲의 환경이다. 겨울 활엽수림 숲속을 걸으면 모든 잎들이 떨어진 가지들을 통해보는 푸른 하늘의 푸른색은 모든 에너지가 응축된 오행에서 수(水)의 느낌을 준다. 마치 돌아오는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잎을 버려야 사는 나무들을 보면서 순리와 순수를 느낄 수 있다. 또 침엽수림 숲속을 가면 긴 침묵과 인내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생명체지만 끊임없이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면서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 강한 의지를 만날 수 있다. 따라서 겨울 숲속을 걷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면서 베토번의 운명교향곡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든다.

봄의 숲속은 겨울동안 응축됐던 에너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함을 나뭇가지들 끝, 움트는 새싹들에서 느낄 수 있다. 오행에서는 수(水)에서 화(火)로 옮겨가는 시기이다. 이 때,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명랑, 쾌활해지며 걷는 걸음도 대단히 활기찬 것은 숲의 에너지 변화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도 모르는 기분 좋은 약간의 흥분과 기대감으로 들뜬 산행을 할 때가 대부분 봄이다. 주위의 새의 지저귐이 더욱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또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중 ‘종달새’를 들으면서 산행을 하면 더욱 행복하다.

여름 숲속은 젊은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모습이다. 오행에서는 화(火)에서 목(木)으로 옮겨가는 시기이다. 숲속의 에너지가 가장 충만하며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풍족히 제공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산행을 하면서 행복감과 충만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의욕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숲이 내뿜고 있는 강한 에너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희망과 절망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도 함께 있다. 따라서 격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때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또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으면서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을 숲속은 가장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오행에서는 목(木)에서 토(土)로 옮겨가는 계절이다. 토(土)는 다양성 또는 경계에 있는 회색의 성질, 중앙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정서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을은 숲속의 모든 나무들이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나타내고 있다. 사람들은 그 다양한 표현에 자신들의 경험한 풀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낭만적인 모습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색하게 만들고 있다. 나무들은 모든 화려한 변신을 끝내고 그들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들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버린다. 모든 것을 버리면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그리고 늦은 가을에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으면서 삶의 깊이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해년에는 우리들 모두가 숲속을 걸으며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