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이 조선시대 도서관의 역할이었다는 것쯤은 텔레비전에서 한번쯤 보았을 것이고,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의 시작이 궁금하지 않을까? 도서관이 언제 생겨났고 어떤 모습에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도서관의 탄생부터 현재 각광받는 세계 주요 도서관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문명의 기록과 인간의 역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단지 시기적인 도서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각 시대 유명인의 책과 얽힌 비화를 통해 책, 사람, 도서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뜻 집어 들기엔 책이 좀 두껍다. 하드커버에 370쪽이나 되는 꽤 두께감이 있는 책이지만 책 속에 사진과 일러스트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글 반 사진 반 그만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인류가 어디서 출발하여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왔는지 차례차례 알아야 현대 인류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도서관의 탄생도 책 이전의 책, 최초의 도서관 탄생부터 고대·중세·근대를 거쳐야 현재 도서관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차곡차곡 읽지 않아도 좋다. 시대별로 읽어도 좋고 흥미로운 도서관을 중심으로 읽어도 좋다. 소설집이나 모음집을 읽듯 하나씩 떼어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처음 책의 두께감에서 압도했던 부담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편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역·국가에 따라 도서관의 특징을 정리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학술적이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적당한 무게와 깊이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깊이 있고, 전문가에게는 편안하고 공부 같지 않다. 도서관 직원, 문헌정보학 전공자, 사서가 꿈인 청소년, 도서관 이용자 누구에게나 유용할 테지만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잠재적 이용자가 읽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이 다른 도서관 역사책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대한민국 도서관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대한민국 도서관이 세계 유수의 도서관들과 함께 실려 있다. 우리 도서관이 언제쯤 나올까, 어디쯤 있을까 기대하면 읽는 것도 흥미를 더한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다’라고 했다. 보르헤스에게는 도서관이 천국에 비유할 만큼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 우리 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2019년 새해 소망을 담아 계획하듯 우리 도서관도 꼼꼼하게 계획하고 사업을 추진하여 보르헤스의 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발전한 모습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최윤진(청양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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