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 담아낸 풍경
‘꽃’ 성찰적 시각으로 그려내

 
 

 

헐거워진 인생을 반추하는 사이 벙긋거리는 것은 마애불 웃음이 아니다
장애인 콜택시는 지체되고 있었고, 날 때부터 세상에 버려진 꽃 같은 꿈
‘파르티잔’이 되어 별 부스러기가 되었네
구르는 바퀴가 움틔운 꽃을 지나치자니 움찔하는 바람에 숨을 쉰다

화륜(花輪)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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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지닌 꽃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기쁨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때론 슬픔과 안타까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꽃길’에 놓여있다. 밟히면 아프지만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피어나는 순간 다시금 웃음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박재홍 시인의 ‘꽃길’(도서출판 개미)이 그러하다. 박 시인의 시선은 항상 꽃에 머물러 있다. 그 시선은 이런저런 삶의 길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꽃이라는 단어로 풍경이 담겨있는 시를 그려낸다. 그렇다고 해서 시집 속 꽃들이 아름답고 심미적인 대상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꽃을 인생과 연결시켜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로 담아낸다.

시인에게 있어 꽃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겨내는 매개체로도 쓰인다. 그렇기에 그는 꽃을 두 가지의 중의적 의미로 표현한다. 말 그대로 꽃의 모습을 그리고, 꽃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박 시인은 꽃에 여러 가지 관념과 생각을 부여하고 일상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즉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시 쓰기인 것이다.

그는 또 꽃을 통해 시대를 성찰적으로 바라본다. 물질만능주의가 아무런 문제없이 자리 잡은 요즘 진정한 가치를 연약해 보이는 꽃으로 풀어내면서 꽃이라는 존재를 결코 작고 나약한 존재가 아님을 담아낸다. 시나 예술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가 무색해진 요즘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꽃길’은 3부로 구성돼 모두 55편의 시를 담고 있다. 전남 벌교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해 시집 ‘낮달의 춤’, ‘사인행’, ‘연가부’, ‘섬진이야기’, ‘물그림자’, ‘동박새’, ‘도마시장’, ‘신 금강별곡’, ‘모성의 만다라’를 발간했다. 지난 2015년에는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학부문 대상, 2016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그는 현재 전문예술단체인 장애인식개선 오늘 대표, 비영리민간단체 드림장애인인권센터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 시인은 “작가의 삶은 인식해도 이미 대응이 늦기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느낌이다. 시가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가급적 허기지고 헐거운 삶을 배경없이 사랑하고 세상을 향해 온기 가득한 시 한편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고 글을 쓰겠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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