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여성소방서장 탄생에 악플 쏟아지는 이유

서울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으로 9일 발령된 이원주 중랑소방서장.

 

  서울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원주(56) 서울소방학교 교육지원과장이다. 

  서울시는 9일자로 이 과장을 서울 중랑소방서장으로 발령했다. 서울에서 여성 소방서장이 나온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은 지난 2015년 취임한 원미숙(60) 강원 횡성소방서장이다. 

  서울소방본부가 출범한 지 47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소방서장이지만 네티즌들은 축하보다는 냉담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취임 소식이 일제히 보도된 9일 이후 각 포털사이트 기사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게시글의 댓글에는 불편한 반응이 넘쳐났다. 화재 진화 현장에서 여성 소방관을 발견하기 힘든 현실에서 여성에게 소방서장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 관련 댓글에는 "현장 경험이 적을 텐데 제대로 된 지휘관일까요?", "목숨 걸고 현장에서 불꺼왔던 남성 소방관들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경찰이든 소방이든현장 경험 20년 이상 아니면 승진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 "실무 경험이 없는데 무슨 소방서장요?", "이건 아니잖아. 납득이 안 되는 인사네요", "내근하고 점수 잘 받아 승진하면 소방조직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넘쳐났다.

  그러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의견들로 보인다. 서울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이 된 이원주 소방정은 지난 1982년 소방공무원이 된 뒤 줄곧 구급 업무를 맡으며 25년 간 현장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 구급대원이다. 불을 끄는 업무 못지않게 구급 현장 최일선에서 뛰어온 이 서장을 내근직 여성이라 비하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서울시 여성 소방공무원은 총 624명으로, 전체(6954명)의 8.97%를 차지하고 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각자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성 소방관들을 '2등 소방관'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여성 소방관과 여성 경찰관에 대한 편견이 팽배한 이유는 체력검정 논란으로 촉발된 성대결 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소방관과 경찰관을 채용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낮은 체력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으며 치열한 논쟁이 빚어진 것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재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서울 소방 역사상 최초로 여성 소방서장이 탄생했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 소방에서 여성 비율이 8.97%가 되는 만큼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여성 소방공무원의 사기가 진작되고, 승진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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