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공동체연구원장
한밭대 교수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한국은 지정학적 국제관계를 잘 활용하여 성공적 산업국가를 만들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높은 교육열과 교육투자가 크게 기여했다.

그 중심에 KAIST, 포항공대, 서울대와 같은 이공계가 강한 대학이 있었다. 물론 KIST, ETRI, 기계연과 같은 국책 연구기관이 탁월한 실적을 냈지만 교육기관과 깊은 연관이 있었기에 대학교육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선진국들도 대부분의 성장동력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클러스터에서 나왔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위기에 처해있다. 또 추격형 연구에 머물렀던 국책연구기관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한국경제를 선도했던 자동차 및 전자 부분의 대기업 경쟁력도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나 개도국이 한국의 기술수준을 따라왔거나 추월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성장률의 저하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불안도 기초연구 분야의 혁신적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은 구조조정의 압박속에 특성화는 커녕 살아남기 위해 명확한 원칙과 방향도 없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와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국책연구원이나 민간연구소에서 이를 응용하여 사업화하고, 기업은 생산을 통해 경제적 부를 창출하게 되는데 대학의 역할이 부족한 것이다.

많은 대학은 10여년 전부터 시행한 등록금 동결과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한 통제로 자생력을 잃고 있다. 국립은 물론 사립대학들도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보다 낮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09년 OECD국가 평균보다 1000달러 적었으나 지금은 3000달러로 격차가 커졌다.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여타 국가들의 교육비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의 부실화와 국제 경쟁력 저하요인이 될 수 있다.

저출산에 의한 학령기 학생의 감소와 대학 진학률 저하와 더불어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이름의 무료 혹은 저가의 온라인 고등 교육의 확산 역시 대학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MOOC의 확산으로 향후 15년 안에 미국 대학의 절반가량이 문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직 한국은 교육시장의 개방비율이 낮아 체감도는 크지 않지만 위협의 새로운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면 미래를 위한 대학의 혁신방안은 무엇일까?

첫째는 정부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산업 생태계를 계획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양성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산업 생태계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이론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둘째, 대학의 안정적 재정 확충과 자율성 제고를 들 수 있다. 현재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사립대 지원금은 대폭 축소하고 대신에 등록금 및 운영 자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도해야 한다. 또 국·공립대는 무상으로 전환하며 OECD 평균수준의 교육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국립대학은 연구와 실무 중심대학으로 구분하고 연구중심 대학은 대학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하며, 실무중심 대학은 산업에 기반한 융·복합 교육에 포커스를 맞춰 산업생태계의 확실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학 간 경쟁과 구조조정을 통하여 통합 또는 연계 학사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학의 명성보다는 교수와 학생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넷째, 대학의 공유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 창의교육을 위해 플립드 러닝교육을 강화하고 대학간 학점교류, 교육시설 및 환경공유, MOOC교육 등을 활용하여 공유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지역산업과 대학, 연구소가 연계된 총체적 협력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덕연구단지는 40여 년 동안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역내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리써치트라이앵글, 필란드의 울루, 중국의 중관촌,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처럼 지역내 학·연·산·정 혁신주체들이 더욱 협력할 수 있는 혁신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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