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아파트, 관리원 절반 감축
이번에도 ‘같이 살자’ 입주민 반발

17일 대전 둔산동 한 아파트에 경비원 감축 반대 호소문이 붙어있다. 신성룡 기자

새해 벽두부터 대전에서 아파트경비원 대량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해마다 경비원 감축이 이슈로 떠오르는 대전 서구 A아파트단지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비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공고가 붙으면서 이들의 고용 불안이 또다시 현실화됐다. 인원 감축의 명분은 역시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증가’다.

최근 A아파트단지 주민들에게 ‘17개 동 각각 1곳씩 있는 경비초소를 2개 동 당 1개로 축소하고 34명의 경비인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공지됐다. 현재 근무 중인 경비원 중 12명은 한 달 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경비원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 모(64) 씨는 “몇 년 전부터 내가 잘릴지 동료가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며 “이번에 잘리지 않는다고 해서 내년을 장담할 수도 없다”고 침울해했다.

이 아파트는 2016년에도 경비원 감축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 3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949세대가 참여해 643세대가 반대하면서 인력감축은 부결됐다. 인력감축은 지난해 11월에도 시도됐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아파트경비원 감축계획이 상정됐지만 무산됐다. 그러나 올 들어 입주자대표회에 안건이 재상정됐다. 이번엔 ‘입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경비원 고용업체와 계약 시 ‘주민의 동의 없이는 경비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게 관리사무소 측 설명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두 해 연속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현실에서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면 가구당 월 1만 5000원의 관리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도 주민들 사이에선 인력감축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각 동마다 관리원 감축계획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를 요청하는 동의서와 함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1만 5000원은 치킨 한 번 덜 먹으면 해결되는 금액”이라며 “힘든 상황일수록 함께 의지하면서 살아가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1일 게시된 주민투표 요청 동의서엔 나흘 만에 700여 명이 서명했고 17일 입주자대표회의에 해당 서명 명부와 함께 인력감축을 반대하는 주민 의사를 전달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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