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대덕연구개발특구는 1970~80년대 정부 주도로 국가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연구인력의 공급처로서 많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이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데 있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국가정책에서 혁신공간 등의 수요를 반영한 국가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환경의 악화, 연구시설 등의 노후화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연구인력의 노령화 추세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속도로 점차 둔화되고 있는데, 그 주요한 원인으로 대기업의 자체 R&D 역량 강화가 지목된다. 원천기술에 대한 기업의 활용성이 낮아지면서 잠자고 있는 특허와 원천기술이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대학·산업체의 R&D 역량이 급격히 확대되고 수요 또한 증대되고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를 적시적으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출연연의 기술 수요처 시장이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보니 산업기술 R&D 성과의 사업화 추진 실적도 점차 둔화돼 정체기를 맞고 있다. 대덕특구의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최근 과학·산업구조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민·관·산·학·연 협업 및 기술창업 등을 통해 혁신주도형 경제구조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에도 창업 생태계 구축과 혁신거점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연구단지 내 토지이용 고도화를 통한 혁신 앵커기업 유치와 특허 및 금융지원 서비스 기관, 그리고 대학생과 연구자들을 위한 창업 및 벤처기업의 집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대덕특구에서 부족한 협업 및 공유문화의 증진과 확산을 위해서는 각 혁신주체별(정부, 대학·연구소, 기업, 시민)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적 혁신이 동시에 요구된다. 우선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잠자고 있는 특허와 원천기술의 활용성을 증대시키는 기술거래소 개설과 창업지원 플랫폼 구축, 공동(융합)연구지원 펀드 조성을 통한 체계적인 육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학·연구소에서는 개방형 혁신 캠퍼스 조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계발과 재교육화를 통한 창의인재 양성, 그리고 기술 혁신을 위한 선순환적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또 기업에선 기술혁신형 일자리 창출과 규제 샌드박스 활용을 통한 신산업 창출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며 시민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 활동과 생활혁신형 창업 등 과학자본 축적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 동참 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선 대덕특구Ⅰ지구(대덕연구단지)를 젊은 창의적 인재들이 선호하는 일·주거·레저 융복합형의 도시형 혁신지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창업지원 및 교류협력공간을 충분히 확충해 나갈 것과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을 위한 기술혁신파크 조성도 동시에 필요하다. 또 국가적 차원에서도 혁신성장의 거점이자 허브역할로서 대덕특구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ICT융복합 기반 스마트 재생기술과 클린테크, 생명과학,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위한 국가 혁신경제 플랫폼 구축과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실증화 단지 조성이 필요하다.

대덕특구는 R&D특구를 넘어 과학기술 창업 혁신지구로 거듭나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한 기존 대덕특구의 역할에 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과학기술 창업 및 스케일업 도시로 그 기능 및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IoT, 센싱, AR·VR, 로봇, SW 서비스 등 과학기술기반의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ICT융복합 산업 육성과 대전·세종의 첨단과학기술 및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한 생명·의료?나노기술, 바이오산업을 연계한 충청C밸리 조성 등 생명과학 육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 확대와 더불어 광역단위의 규제프리존을 공동으로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산업 육성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규제 샌드박스로서 대덕특구가 그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수소 연료전지, 이차전지, 청정에너지(태양열?풍력 등), 친환경 나노, 바이오기능성소재, 미세먼지 저감 등 녹색기술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갈 필요도 있으며 연계 협력 거버넌스 구축과 기술창업 중심의 혁신공간 조성, 그리고 스케일업 육성을 통한 실제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러한 구상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토지이용에 관한 규제 완화와 혁신주체간 비전 공유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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