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규제 샌드박스는 관련 규제가 없거나 기존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제품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 심의를 통해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를 받아 제품 출시를 일단 허용한 뒤 관련 규제를 사후 개선하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에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시장 공개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충전소 설치 문제가 각종 안전 규정에 묶여 도심지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규제 샌드박스 1호에 시동이 걸리면 여기에도 특례가 적용되면서 수소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수소 충전소를 86개, 오는 2022년까지 31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수소전기차 홍보 1등 공신이라고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전략 보고회를 개최하면서 관련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수소차를 향한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수소전기차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는 늘 일본과 비교하게 된다. 사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래에너지로 수소를 주목하며 준비를 거듭해왔다. 예를 들어 호주의 태양열, 남미의 풍력, 중동의 세일가스, 미국의 조력 등 국가별로 경쟁력이 있는 각종 에너지원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압축 후 일본으로 이송해 보관하는 로드맵을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타당성을 검토한 것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이제 수소전기차 보급의 가장 핵심이 되는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수소충전소 관련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22년 수소전기차 8만 대 보급을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필자도 이번에 대전에서 수소전기차 지원금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수소전기차에 대해 많은 방송에 참여하고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가 수소전기차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추첨행사가 그만큼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행히 필자 추천으로 함께 신청한 일가가 당첨됐기 때문에 몇 개월 후면 수소전기차에 대해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의 경우 지원금이 총 3550만 원으로 매우 큰 편이다. 지원금이 없다면 7000만 원 중반까지 치솟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결국 수소전기차 보급의 핵심은 정부 보조금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적당한 수의 수소충전소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가’가 기본 전제조건이다. 정부 보조금의 재원마련과 적절한 지원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면서 무작정 8만 대 보급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다운된다. 수소전기차를 연 3만 대 수준으로 생산 및 판매 가능하다면 30% 정도 원가절감이 가능해 차량 가격을 5000만 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 연 생산량 10만 대라면 추가로 20% 정도가 낮아질 수 있어 4000만 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하진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보다 저렴하고 정부 보조금 없이도 자체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시점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정부는 조만간 8만 대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현대자동차는 수소스택 생산량을 연 4만 대 목표로 한다는 다소 엇박자의 발표를 한 것이다. 정부 발표를 믿고 8만 대 규모로 공장 시설을 늘린다는 것이 메이커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만큼 신뢰가 부족한 것이다. 결국 정확한 근거에 의한 목표제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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