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복수면 목소리에 자리잡은 리누갤러리는 조쉬 관장이 영국에서 약 10여 년 거주하면서 직접 수집했던 영국 본차이나들을 상설 전시하는 곳이다. 더불어 각종 렉처콘서트, 인문교양 강의, 작품 전시회, 품격있는 소규모 모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길 어귀를 돌면 한 눈에 들어오는 리누갤러리는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단아하고 견고한 형태의 건물로 지어졌다. 신축건물이 주변 자연 환경과도 잘 어우러져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던 자연의 한 부분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1. 리누갤러리 건축 의미

리누갤러리 건물 역시 의미를 품고 있다. 리누갤러리 조쉬 관장은 "건물 설계를 위해 대전과 서울의 유명한 건축가들을 만나 구상을 전달하고 그것을 도면으로 표현해 주시는 분을 찾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리누갤러리는 영국 본차이나 포슬린을 전시하는데, 도자기는 면을 갖고 있는 입체물이잖아요? 그래서 건물은 최대한 단순하면서 선이 강조된 형태로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불이 형상화 하고 싶었고, 주변과도 어우러지면서도 묻히지 않는 건물을 세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건축방법도 철근 콘크리트보다는 친환경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목구조로 지었다. 갤러리에 사용된 색인 검정은 자기의 주 원료인 흙을 의미하고, 붉은색은 가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의미하고, 흰색은 완성된 자기를 의미한다.

#2. 조쉬 관장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어요. '삼봉 정도전의 배불사상에 관한 성리학적 관점'이 주요 관심사였죠. 졸업 후 영어를 배우러 간 영국에서 파트잡을 얻게 됐는데 첫 업무가 회사 창고의 박스를 치우고 창고 선반을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직장인의 꽃이라는 이사까지 올라가 10년을 영국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했던 회사는 패션회사였는데 영어와 한국말이 가능하니까 어느 순간에 사무실에서 한국과 중국 등 전 세계에 퍼져있는 생산공장이며 에이전트들을 상대로 업무를 보게 되었죠. 영국 내에서 제법 영향력 있는 회사였는데 영국과 유럽 곳곳에 제가 기획한 제품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기분 좋았죠.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저도 영국에서 제법 이름있는 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3. 선물 같은 공간

조쉬 관장은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공유, 공감의 행복'을 말한다. "제가 근무했던 회사의 오너께서 회사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모습을 보고 나만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해서 갖고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장하고 있던 영국 본차이나 포슬린들을 관심있어 하고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것입니다."

"바쁜 일상을 지내는 현대인들이에게 잠시나마 자신을 위해 선물같은 시간을 주는 공간이 돼 주기를 바라는 조쉬 관장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제 자신도 너무나 숨 쉴틈 없을 정도 로 바쁘게 살았거든요. 런던, 파리, 밀라노, 피렌체, 델리, 뭄바이, 홍콩, 중국 등 비행기로 차로 때로는 배를 타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출장을 다녔습니다. 시간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니 숨가쁘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보이더군요. 리누갤러리가 현대인의 빠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유럽 도자기를 수집하게 된 계기

"출장갔던 옥스포드 근교 브로우턴(Broughton)에서 점심 식사 후 정원에서 차와 다과를 했습니다. 화사한 날씨에 정원에 핀 꽃들과 본차이나 도자기들이 그렇게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본차이나가 저를 초대한 분의 어머니의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던 것이라고 하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외국에서 우리 한국을 부를 때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합니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진취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에 그러한 별명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식민시대, 해방, 6.25, 새마을, 민주화 등을 매우 짧은 시기에 거치면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600년이 된 집 정원에서 고조할머니의 그릇에 귀하게 대접을 받으니 시간과 지나간 것들에 대 한 관심이 생겼고 세월의 가치를 품은 도자기들을 틈틈이 수집을 하게 되었습니다."

#5. 열려있는 공간

"수만여 점의 본차이나 포슬린 중에는 웨지우드, 포트메리온, 로열알버트, 앤슬리 등 대한민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포슬린도 있지만, 스포드 ,콜포트, 로열 윈튼, 말링, 콜클로우, 제임스 켄트 등 우리나라에 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회사의 제품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와도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사물을 보는 눈썰미가 좋은 편입니다. 본차이나 제조사의 문장이나 패턴이 한가지 형태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왕실의 인증을 받거나 서로 인수 합병되는 과정에서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러한 것들을 도서관, 고서점 등의 책 이나 도감, 인터넷 등으로 찾아내며 공부합니다. 남다른 애정을 쏟으며 운영해온 리누갤러리는 저의 소장품들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타인의 취향도 존중하려고 하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