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현대는 국제적으로 살아야하는 시대다.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커다란 능력이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어 실력 못지 않게 우리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먼저다. 최근 온라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글쓰기는 축약해서 쓰는 것과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게 다반사다. 맞춤법에 맞지 않아도 애교로 넘어간다. 가령 ‘방가방가’, ‘당근’, ‘알밥’, ‘하고시포(하고싶어)’, ‘쇠네교육(세뇌교육)’, ‘해야쥐(해야지)’, ‘사진찌거조(사진찍어줘)’ 등을 자주 보고 듣게 된다.

사이버상에 올려져 웃음을 자아내다 못해 탄식과 함께 다음 세대의 한글 사용, 즉 올바른 언어 생활에 대한 빨간 신호를 느끼게 하는 사례들을 찾아보자.
(1)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日就月將))/그러나 미모는 일취월장 하는 것이 아니다) / (2)거북암이 든다(거부감/拒否感) / (3)골이타분한 성격(고리타분한 성격) / (4)곱셈 추위(꽃샘추위) / (5)권투를 빈다(건투/健鬪를 빈다) / (6)나물할 때가 없는 맛며느리감(나무랄 데가 없는 맏며느리감) / (7)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 (8)덮집회의(더치페이/Dutch pay) / (9)라면 맛있게 끊이는 법(끓이는 법) / (10)라면 봉지 않에 물 부으시고(안에) / (11)마음이 절여온다(저려온다) / (12)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삼기) / (13)모든게 숲으로 돌아갔다(수포로/水泡로) / (14)부랄이던 눈(부라리던 눈) / (15)빨리 ‘낫으세요’,‘낫으세요’가 뭐니 ‘낳으세요’지 이 멍충아 (‘나으세요’가 정답) / (16)뺑손이 사고(뺑소니 사고) / (17)사생활 치매(사생활 침해) / (18)서른 즈음에 문안한 스타일(무난한/無難한) / (19)수박겁탈기(수박겉핥기) / (20)숯처녀(숫처녀) / (21)안핵갈려요(안헷갈려요) / (22)에어컨시래기(실외기/室外器) / (23)연낙 안하고 싶엇는데 진짜 더 이상은 한개다. 나는 아직도 내 인생에 발여자라고 생각하는대(연락(連絡), 싶었는데, 한계(限界), 반려자(伴侶者), 생각하는데) / (24)우리는 티목이 좋다(팀웍/team work) / (25)육구시타리아 강아지(요크셔테리야(yorkshire terrier) / (26)장례희망(장래(將來)) / (27)죄인은 오랄을 받으라(죄인은 오라를 받으라) / (28)회계모니싸움(헤게모니싸움(hegemony)) / (29)힘들면 시험시험 하라고(쉬엄쉬엄) / (30)‘재 어디서 성형했데?’(쟤, 어디서 성형했대?)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영어를 쓰면 영국식이나 미국식 영혼이 있는 것이고 한자어만 고집하면 중국식 영혼이 들어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언어의 파괴는 곧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의 영혼도 파괴시킨다. 그 나라의 말(言語)은 그 나라의 혼(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한 언론보도를 보면 17개 정부부처의 3개월 간 보도자료 2728건을 분석해보니 국어기본법 위반 및 남용사례가 8831건, 외국어 남용이 1만 9312건으로 나타났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남자의 말한마디는 천금같이 무거운 것이다)을 ‘마마잃은중천금’이라 쓰고 ‘일취월장(日就月將)을 ’일치얼짱‘이라, ’사생활침해‘를 ’사생활치매‘로 쓰는 일은 좀 지나치지 않나 생각된다. 그 외에도 전문 용어들이 외국어 남발을 일으킨다.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피칭경진대회(투자유치경진대회), Boost(성장단계), Scale(후기단계), Impact(주목단계), 핸드레일(손잡이) 등도 우리말로 표기하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나라살림하는 사람들과 지성인 학자, 대학생 등 공부를 했다는 사람들이 먼저 의식적으로 노력해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게 다듬고 열심히 사용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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