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섬세한 감정 담은 일기 같은 시
알록달록 사계절을 어우르는 묘사

 

춘풍이처럼 사는 거지
삐툴 빼툴한 걸음걸이로
이 나무 저 나무 흔들어 깨워대며
어서 꽃피우라고 재촉하고
논두렁 밭두렁 뚝방 휘돌아
너저분한 팃검볼 벗겨주고
새싹 보듬어 올리면서
몽두난발 머리카락 날리며 사는
춘풍이랍니다

-춘풍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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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아 SNS 시집 ‘종다리는 왜 하늘에서 우나’(기획출판 오름) 속 시들은 짧게 쓰인 일기 같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게시된 김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에는 감정을 느꼈던 장소와 날짜도 함께 기록되며 무언가를 회상하게 하고, 감상에 젖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특한 일기 형식 시의 제목은 마지막에 쓰여 있다. 시가 만들어진 뒤 시의 제목을 붙여주는 것인데 시를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시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계절의 풍경을 따라 시간의 흐름에 맞춰 기록되는 그의 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모습도 특별하게 만든다. 짧고 간결하게 쓰인 시는 감각적이고 색다르게 묘사돼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누군가에겐 잠깐 스치고 지나갈 봄도 김 시인의 시에서는 추억을 소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촉촉한 봄비가 꽃망울을 적시며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그의 시 속 계절에는 모두 푸릇푸릇하게 담겨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계절인 봄은 희망과 새 생명을 은유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여름은 푸른 열매가 땡볕 싫다고 앓고, 푸른 잎이 하늘을 바치는 계절로 채색되고 가을은 알록달록한 단풍잎이 가득 채운 계절로, 겨울은 하얀 침묵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는 또 SNS라는 공간을 통해 시를 게시해왔던 만큼 어휘와 어휘, 행과 행 사이에 함축적인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김 시인의 시가 짧지만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혼의 호숫가에 이는 바람’, ‘순례기’에 이어 발간된 ‘종다리는 왜 하늘에서 우나’는 1부 결, 2부 봄, 3부 열, 4부 갈, 5부 결 등 모두 5부로 구성돼 133편의 시를 담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를 졸업한 김 시인은 지난 2012년 대전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대전문인총연합회 부회장, 호서문학회 회원, 대전시인협회 회원, 세계계관시인협회 한국위원회 회원, 대전시민대학 시창작교실 ‘healing poem’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는 혼자만 간직하는 비밀일기가 아니다.

시 창작과 동시에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SNS를 통해 지난해 동안 독자와 공유한 시들을 묶었다. 이상 세계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하늘 대신 SNS에서 공유 감각하는 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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