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던 아낙들 "저 때가 좋을 때지유"

이 작품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74세되던 해인 1987년에 그린 그림이다. 진달래가 화사하게 핀 봄날, 멀리 개울상류 석교위로 시집가는 풍경을 담고 있다. 신부를 태운 가마가 남정네들의 억센 팔에 들려가고 그 뒤로 유모처럼 보이는 아낙이 머리에 짐을 이고 부산스럽게 따른다. 발걸음이 가볍다. 주제는 그곳에 있지만 이 그림의 맛은 그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아낙들의 대화 속에 있다.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하는 아낙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결혼식의 아련한 추억을 반추하며 멀리 다리위의 풍경을 넘어다보고 있다.

"아랫마을 김서방네 딸아니여 윗마을로 시집간다지."

"암유 저때가 좋을 때지유. 시집 가봐야 그것이잖유."

그들의 조잘대는 소리가 개울물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그래서 시집가는 날은 정겹고 아름답다. <안당>

작품문의: 성천문화원, 823-8433, 010-539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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