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들어가려는 남녀 은밀한 대화 들리는 듯

운보 김기창 화백은 191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1년 충북 청원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오로지 한국화를 그려 화단에 굵은 획은 그은 거장이다. 어린나이에 장티푸스로 언어를 잃었으며 청각까지 잃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일구었다. 그래서 화풍이 자유롭고 필력이 힘차다. 동시에 그림내용에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해학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정감을 더한다.

이 작품은 운보가 74세 되던 1987년 그린 그림이다. 풍성한 시골 주막의 풍경을 솔직담백하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장대 높이 매달린 주막 표시등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아래 초당에서는 주모와 사내가 걸죽한 입담을 나누고 있다. 당나귀를 탄 선비는 이미 코가 비뚤어진 상태고 건너 초당으로 들어가려는 남녀는 작업이 한창이다. 대단히 해학적이고 풍자가 녹아있어 재미있다.<안당>

작품 문의: 성천문화원, 042-823-8433, 010-539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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