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가 법적 근거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국공립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줄을 잇고 대학들도 기성회비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해 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법적 근거 없이 거둔 기성회비 중 1인당 10만 원씩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등록금은 수업을 듣기위해 선납해야 하는 돈인 반면 기성회비는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기성회 가입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성회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그 파장은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대학들의 기성회비 문제는 반값 등록금에 이어 대학가의 또 다른 화두로 부상했다.

전국 52개 국·공립대는 지난 10년간 기성회비를 195만 명에게 13조 원을 거두어 들였다. 현행 민법상 부당이득금의 반환청구 시효가 10년이다. 만약 소송이 대학원생까지 번지면 금액은 더욱더 늘어 날 수 있다. 판결이 나자 소송문제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30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달 4일 수도권지역 대학에서 전국 국공립대 대표자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부당하게 쓰인 기성회비에 대한 반환청구소송운동을 대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대전·충남권 국·공립대학 학생 1인당 기성회비는 등록금 중 80~95%를 차지하고 있고 2010년 국·공립대 등록금 수입 1조 5660억 원 중 기성회비가 차지한 비율은 85%인 1조 3250억 원에 달한다. 기성회비가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이번 파장은 대학들마다 몸살을 앓게 됐다. 대학들의 기성회비는 1963년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데 드는 부담을 민간도 나눠지자는 뜻으로 도입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의 뜻이 변질돼 거의 모든 대학들이 등록금을 편법적으로 올려 받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정부가 나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면 학교는 수업료는 조금 올리고 기성회비는 2배 이상 올렸다. 회계감독을 받지 않는 기성회비는 대학들의 요술방망이였던 셈이다. 2002~2010년 사이 40개 국립대 감사결과 기성회비의 20~30%를 교수와 교직원 급여를 올리는데 돌려썼다고 한다.

시설비 연구비 등에 써야 할 기성회비를 교수연봉 인상과 각종 복지 혜택 등으로 마음대로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대학들은 이번 반환청구소송을 계기로 기성회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해 졌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