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무너지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형상이다. 농가부채는 늘고 있으며 자생력은 하루가 멀게 줄어들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폭 줄어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1000만 명 이던 농업인구가 최근에는 200만 명 수준이다.

농촌에는 지금 젊은이들이 별로 없다. 대부분 노인들이 농업을 담당하고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게 농업이다. 쌀 가격은 몇 십 년 전과 비슷하다. 쌀 한 되 가격은 커피전문점 커피 한잔 가격보다 못하다. 최근에는 소 값까지 폭락해 축산농가가 쓰나미를 맞고 있다. 육우 송아지(젖소) 가격이 한 마리당 1만 원까지 떨어졌다. 사료 값이 올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만 본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농가부채 통계를 내 놓았는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축산농가 부채가 2008년 한 해 동안 두 배나 불어난 것이다. 2007년 말 가구당 5270만 원이던 금융빚이 2008년 말엔 1억 760만 원으로 늘었다. 1년 새 5500만 원 늘어난 것이다. 갑자기 금융 빚이 늘어난 것은 이유가 있었다. 2008년에는 쇠고기 광우병 소동이 났었다. 농가가 아우성 치자 정부가 지원책을 내 놓았다.

화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소·돼지를 사육하는 농가에 연1% 이자의 사료구매자금을 1년간 빌려준다는 등의 조치였다. 금리가 싸니 너도나도 빌렸다. 이렇게 나간 대출금이 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시중 대출금리 5%포인트라는 가정 아래 농가이득을 따져보면 1000억 원 정도이다. 그러나 1년 새 부채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의 소 값 하락도 여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만약 1000억 원으로 중간유통상 없이 소를 출하시킬 수 있는 공동물류시설 몇 개소는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국 주요 거점지구에 공동출하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면 이번 같은 소 값 폭락은 막을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그동안 농업지원에 무려 100조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우리농업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길어지면 배추, 마늘, 고추파동이 반복된다. 그동안 퍼부은 막대한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당사자인 농민도, 정부도, 세금을 낸 국민도 실감하지 못한다. 한국의 농업은 한국산업사(史)의 미스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축산농가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땜질식 지원으로 현금을 주어가며 적당히 넘겨서는 곤란하다. 이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된다. 돈을 쓰돼 근본적 해결책이 있는 방법을 찾아내 제대로 써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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