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교사의 길 두렵지만 묵묵히 걸어
오랜 꿈에 대한 답 교생실습에서 찾아
학생에 위로와 힘 되는 선생님 되고파

'임용고시 준비생' 한남대 국어교육과 4학년 김경민 씨.

미래의 선배가 될지도 모를 대전샘머리초등학교 교사 홍종선 씨의 메시지를 듣던 그는 긴 시간 침묵에 잠겼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순 없었지만 언젠가 교편을 잡을 그날을 상상하면서도 꽤나 까다로운 고민에 빠져있는 건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무거운 적막 끝에 그가 “당연한 말이면서 두렵다”라고 소회한 까닭이다.

한남대 국어교육과 4학년, 이제 ‘임용고시 준비생’ 신분이 될 김경민(23·여) 씨는 지난해 교생실습을 다녀온 뒤 교직에 대한 꿈을 더 확실히 다지게 됐다. 학교 밖 사회의 시선은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 외엔 교권이 땅에 떨어진 오늘에선 큰 매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교사의 꿈을 안고 교생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그날 김 씨는 오히려 ‘왜 내가 교사를 하고 싶었는가’라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는 “처음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수많은 학생들이 제게 보내던 기대 어린 시선은 부담이자 의무감을 짊어지게 해 줬다”며 “남들이 봤을 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학생들과 부대끼며 한 달 여를 보낸 끝에 내린 결론은 ‘누군가 힘들고 어려워 할 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뚜벅뚜벅 앞으로 걷곤 있지만 청춘의 나이, 바람이 어찌 그를 흔들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오래전부터 임용고시 준비생들에게 ‘임용고시 패스는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속담이 돼 버린 그 말처럼 주변에서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교직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방향을 틀 때마다 그는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괘념치 않으려고 애쓴다.

김 씨는 “열 사람에게 물어도 힘들다는 임용고시를 합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주변에선 설사 된다 해도 ‘발령 안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지만 나에 대한 확신과 긍정으로 버텨야 하지 않겠냐”며 “그런 역경을 딛고 성공해야 내 꿈의 전부인 교사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고 웃어보였다.

이미 그의 뇌리 속에선 벌써부터 ‘교사 김경민’의 삶이 하나씩 그려지고 있다. 소소하게는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될 지부터 어떤 교사가 될 지, 나만의 교육철학과 가치를 어디에 둘 지까지 스스로가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자백(?)할 정도로 머릿 속에선 이미 그는 대전 교육현장의 몸담은 교사다.

김 씨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생각나는 데 무뚝뚝했던 그 분은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휘어잡다가도 제자들이 힘든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다가와 위로를 해준 고마운 나의 선생님”이라며 “그 분을 닮아서 항상 학생 옆에 있고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그들이 가진 고민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선 모쪼록 우리 교육현장이 떨쳐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스물 남짓 어쩌면 이 길을 위해 달려온 김 씨에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모든 교육 주체가 존중받는 교육이 그렇다. 그는 “교생의 가장 중요한 일은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 수업 준비하는 것이었는 데 막상 학교 선생님들은 이 일보다 행정업무를 더 많이 하고 있다”며 “교육자인 교사들이 온전한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갈수록 교단에 서기 어렵다지만 또 다른 누군가들은 계속 도전에 나서기 마련이다. 그 역시 아직 꿈을 실현하진 못했지만 먼훗 날 교사를 꿈꿀 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꿈이 없다는 것에 얽매여 좌절하지 말고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해야 한다. 꿈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 뿐,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옷을 입으면 된다. 인생은 꿈을 늦게 찾았다고 뒤집힐 만큼 가볍지 않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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