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어진 우송고 학생회장
한달간 이웃돕기 캠페인 펼쳐
후원자 100여명 모집 성공

소어진 군
사람들의 입에서 ‘살기 어렵다’는 한탄이 끊이지 않는다. 약화되는 공동체 의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바쁘다는 핑계로 목적이 불분명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활동은 외면하게 만들었다.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태 속 희망과 믿음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면서 두 팔 걷어붙인 대전의 고교생들이 있는 한, 아직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사실 그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운명을 가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중대한 고비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그러나 ‘어느 대학 가지?’, ‘시험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지’를 고민하던 그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사이드프로젝트’를 만난 후 공부는 잠시 뒤로 미루고 주위 이웃을 돕기 위한 후원자 모집에 뛰어들었다. 예비대학생 소어진(19·우송고) 군의 얘기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엔 긴장감보다 편안함이 더 짙었다. 소 군은 “이제 프로젝트가 끝난다고 하니 마음이 시원섭섭하다”며 “이번 주를 끝으로 다시 수능에 집중해야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수험생이기도 하면서 우송고 학생회장이다. 소 군처럼 대전지역 고교생 학생회장들은 SPAD라는 단체의 일원이기도 한데 이곳에선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지역 내 위기상황에 처한 아동들의 성장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그린사이드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소 군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돕기위한 홍보물을 제작해 캠페인을 전개했다”며 “나눔에 참여할 학생들도 모집하면서 ‘우리가 왜 주변 이웃들을 도와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학생, 선생님을 만났다. 그들 중엔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외면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에 따뜻한 관심을 보였다. 소 군이 ‘그래도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는 “한 가정의 아이가 굉장히 아픈데 치료비가 없어 제때 병을 못 고치거나 오래된 집에 살아 주거환경이 불편한 이들이 대전에도 많은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을 열심히 알리고 후원을 부탁했더니 한 달 동안 100여 명이 후원자로 지원했다”고 흡족해했다.
 
짧은 캠페인이었지만 한 달의 경험은 곧 20대 청춘을 맞이하게 된 그에겐 인생의 교훈을 아롯이 새기는 계기가 됐다. 정답은 없지만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가 깨우친 삶의 길이었다. 소 군은 “교육도, 끼니도 제 때 해결 못하는 친구들이 어딘가 많이 있다”며 “우리가 적어도 놀고 먹고 즐기는 걸 잠시 접고서라도 그들을 돕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사회는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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